휴가철 여행수지는 3개월 만에 적자 전환…연간 전망치 51.8% 조기 달성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 7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6년 7월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420억8000만달러(약 57조원) 흑자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전월(497억3000만달러)보다는 흑자 규모가 줄었지만,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큰 흑자다. 특히 7월만 놓고 비교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경상수지는 2023년 5월 이후 3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2019년 3월 이후 가장 긴 연속 흑자 기록이기도 하다. 흑자 규모는 두 달 연속 400억달러를 넘겼다. 올해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330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98억2000만달러)의 약 4배에 달한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한은은 지난달 27일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기존 2500억달러에서 4500억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한 바 있다. 7개월 만에 이 전망치의 51.8%를 이미 달성한 셈이다. 한은은 경상수지가 통상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강한 흐름을 보이는 특성이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변동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수출은 가격보다는 인공지능(AI) 등에 따른 반도체의 구조적 수급에 좌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상품수지가 404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478억9000만달러)보다는 줄었지만 경상수지와 마찬가지로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한은은 "경상수지와 상품수지가 모두 전월에 이어 400억달러를 웃돌며 역대 2위를 기록했다"며 "상품수출이 반도체 등 IT 품목 중심의 호조를 이어가며 2개월 연속 1000억달러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품수출은 1004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65.3%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6월(1123억7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수출 증가를 이끈 건 단연 반도체였다. 통관 기준으로 IT 품목 수출이 전년 동월보다 140.6% 급증하며 전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세부적으로는 컴퓨터 주변기기(SSD)가 344.5% 급증했고, 반도체 수출도 176.3% 늘었다. 무선통신기기 역시 51.2% 증가했다. 비IT 품목에서도 석유제품(35.7%)과 화공품(19.1%) 등을 중심으로 18.3% 늘며 힘을 보탰다.
반면 수입은 600억2000만달러로 21.7% 증가해 수출 증가율에는 못 미쳤다. 자본재 수입은 반도체 제조장비(60.1%), 반도체(56.7%), 수송장비(50.5%) 등을 중심으로 36.7% 늘었고, 원자재 수입도 원유(54.2%)·비철금속(47.1%)·가스(46.8%)·광물(39.5%) 등을 위주로 29.1% 증가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소비재 수입이 3.0% 감소하며 15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는 점이다. 승용차(-25.4%)를 비롯한 내구소비재 수입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비스수지는 19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2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특히 여행수지가 전월 4억4000만달러 흑자에서 3억4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서며 3개월 만에 적자 전환했다. 여름 휴가철에 제헌절 공휴일까지 맞물리면서 출국자 수가 6월 200만5000명에서 7월 241만9000명으로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이 밖에 기타사업서비스수지가 7억7000만달러 적자, 가공서비스수지가 6억달러 적자,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가 5억4000만달러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다만 통신·컴퓨터·정보서비스수지는 전월 8000만달러 적자에서 2억달러 흑자로 돌아서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해외 자산에서 벌어들이는 배당·이자 소득 등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는 43억5000만달러 흑자로, 전월(32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커졌다. 반도체 기업의 해외 판매법인 영업이익이 확대되면서 직접투자 배당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배당소득수지만 놓고 보면 38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금융계정에서는 순자산이 403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전월(467억1000만달러)보다는 줄었지만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유형별로는 직접투자 증가폭이 33억8000만달러에서 41억3000만달러로 확대됐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33억6000만달러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7억8000만달러 줄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135억7000만달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은은 이날 별도로 발표한 자료에서 한국의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주요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2위 수준이라고 밝히며, 올해 연간 전망치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