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4년 연속 적자·대일 적자 확대 vs EU·동남아 흑자 증가…수출 다변화 효과 일부 확인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한국의 대미국 상품 수출은 늘었는데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지식재산권 사용료와 글로벌 OTT 이용 확대로 서비스 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대중국 경상수지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구조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5년 지역별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국 경상수지 흑자는 1114억2000만달러로 전년(1122억8000만달러) 대비 8억6000만달러 줄었다. 2019년 이후 6년 만의 흑자 규모 감소다.
상품수지만 보면 나쁘지 않다. 대미 상품수지는 1119억8000만달러로 흑자 폭이 전년 대비 27억7000만달러 늘었다.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 품목 수출은 줄었지만 반도체·스마트폰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면서 전체 상품 수출액은 1852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IT 수출 경쟁력이 살아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서비스수지다. 대미 서비스수지 적자는 전년 88억8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46억2000만달러로 무려 57억4000만달러 급증했다. 상품수지에서 번 돈을 서비스수지가 고스란히 갉아먹은 셈이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가 -42억8000만달러로 특히 악화됐다. 글로벌 기업의 해외 본사에 대한 상표권 이용료와 국내 기업의 해외 산업재산권 이용료 지급이 동시에 늘어난 영향이다. 박성곤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첨단 기술제품 생산이 증가하면 상표권·산업재산권 등 지식재산권 이용료 지급이 늘게 된다"며 "글로벌 OTT를 비롯한 해외 서비스 이용 확대도 서비스수지 적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IT 수출이 늘수록 지식재산권 비용도 함께 늘어나는 역설적 구조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대중국 경상수지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대중 경상수지는 253억2000만달러 적자로 2022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적자 폭이 2024년 293억1000만달러에서 2025년 338억4000만달러로 더 벌어졌다. 화공품·철강제품 등 주력 수출품목의 중국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대중국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수입 증가로 흑자폭이 확대됐지만 상품수지 악화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때 한국의 최대 흑자 상대국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구조적 적자국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중국의 제조업 고도화와 한국산 중간재 대체가 진행될수록 이 흐름은 더 강해질 수 있다.
대일본 경상수지도 악화됐다. 지난해 대일 경상수지는 203억달러 적자로 전년(-179억7000만달러) 대비 적자 폭이 23억3000만달러 늘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자본재 수입은 늘었는데 석유제품 등 수출이 줄었다. 일본 여행 수요 증가로 서비스수지 적자도 확대됐다.
반면 상대적 선방이 눈에 띄는 지역도 있다. 대EU 경상수지는 244억2000만달러 흑자로 전년(222억2000만달러) 대비 22억달러 늘었다. 반도체·SSD·승용차 등의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승용차의 경우 대미 수출 여건 변화에 따라 국내 생산 물량을 EU로 돌리는 전략이 EU의 높은 친환경차 수요와 맞물려 흑자 확대로 이어졌다. 박 팀장은 "미국 관세로 인한 수출 다변화 대응이 어느 정도 기여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경상수지 흑자도 전년 634억4000만달러에서 718억4000만달러로 커졌다. 반도체 등의 수출 증가로 상품수지 흑자폭이 확대된 데다 여행·기타사업서비스 수입 증가로 서비스수지도 흑자로 돌아섰다. 중동 지역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원유·가스 수입 감소로 적자 폭이 전년(-679억6000만달러)에서 -497억5000만달러로 줄었다. 중남미도 74억1000만달러 흑자로 전년(20억3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전체 구도를 보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IT·반도체 중심으로 유지되는 동안, 서비스수지와 대중 무역의 구조적 약점이 발목을 잡는 패턴이 굳어지고 있다. 첨단 제조업이 성장할수록 지식재산권 비용도 함께 늘고, 중국과의 무역 구조 재편은 한국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본격화되는 올해는 이 구조적 문제들이 더 선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