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고객사 전공정 팹 요구, 추가 투자 가능성 주목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착공하며 미국 내 AI 메모리 공급망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현지 빅테크 및 AI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와 고객사들이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까지 요구하고 있어 향후 미국 내 팹 투자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첨단 패키징 공장 착공식을 개최한다. 약 38억7000만달러(약 5조5000억원)가 투입되는 이 공장은 2028년 하반기부터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번 인디애나 투자는 SK하이닉스가 한국과 중국 중심의 기존 생산체계에 미국을 새로운 축으로 추가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미국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반도체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가 집중된 핵심 시장인 만큼, 현지 패키징 거점을 통해 고객과의 기술 협력과 공급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퍼듀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가능하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고객사와 연구기관,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강화해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 개발과 공급을 미국 현지에서 보다 긴밀하게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인디애나 투자가 향후 전공정 팹 투자로 확대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AI 반도체가 고객별 요구에 맞춘 커스텀 제품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메모리 역시 단순히 생산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설계 단계부터 긴밀하게 협력하는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 현지에 전공정 생산시설까지 확보할 경우 빅테크 및 AI 반도체 업체와의 개발·생산 협력을 한층 밀착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메모리에 대한 고객사별 요구사항이 세분화되면서 단순한 생산능력보다 고객과의 개발·공급 협업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국 현지 팹을 확보하면 주요 고객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인디애나 패키징 팹의 가동 성과와 현지 수요가 향후 추가 투자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마이크론의 뉴욕주 클레이 공장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메모리 생산시설을 건설하기를 원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메모리 업체의 현지 생산을 직접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SK그룹 역시 미국 내 추가 팹 투자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고객들이 현지 팹 건설을 원하고 있다"며 "고객이 원한다면 함께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반도체 팹에 필요한 용수와 전력, 부지, 생태계가 갖춰진다면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어느 곳에도 팹을 건설할 수 있다"며 미국을 포함한 여러 지역을 조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현재 SK하이닉스가 확정한 미국 투자는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공장 뿐이다. 전공정 팹 건설은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현 단계에서는 추가 투자 가능성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편, 경쟁사들 역시 미국 내 생산기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말 공사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규모를 2035년까지 2500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뉴욕주 클레이와 아이다호에서 팹 건설을 진행 중이다.
TSMC 역시 미국 애리조나 투자 규모를 기존 1650억달러에서 2650억달러로 확대했다. 향후 애리조나에 웨이퍼 팹 10곳과 패키징 시설 2곳, R&D 센터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