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3% 이연 등 이례적 합의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 노사가 두 달간의 교섭 끝에 마련한 2026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성과급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고 경영 악화 시 임금 일부를 이연하는 등 이례적인 내용을 담았지만, 찬반이 25표 차이로 갈리면서 노사는 재협상에 돌입하게 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 24일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진행한 2026년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결과, 반대 7535명(50.08%), 찬성 7510명(49.92%)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체 선거인 1만6038명 가운데 1만5045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93.81%를 기록했다. 재적 조합원 과반이 투표에 참여했고 투표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되는 방식인 만큼, 반대가 25표 더 나오면서 잠정합의안은 최종 부결됐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성과급 지급 방식 개편이었다. 앞서 노사는 6차례 교섭을 거쳐 지난 20일 임금 6.3% 인상과 함께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의 4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자사주 지급분 가운데 40%는 수령 다음날부터 매도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20%는 1년 뒤 10%, 2년 뒤 10%씩 이연 지급하는 구조다. 이연 지급분은 주식 수를 미리 확정하거나 향후 지급 시점의 기준에 따라 지급액을 주식으로 환산해 받는 방식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내년 초 지급되는 2026년도 PS의 경우 주식 지급분 중 해당 연도 매도 가능 물량에 대해 현금 수령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이에 따라 2026년도 PS는 최대 80%까지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노조 내부에서는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식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과 달리 자사주는 주가에 따라 실제 보상 가치가 달라질 수 있어 성과급의 60%를 주식으로 받는 데 대한 불만이 투표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잠정합의안에는 회사가 적자를 기록할 경우 임금 일부의 지급을 이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사는 적자가 발생하면 고용안정 대책 등을 포함한 위기 극복 방안을 먼저 마련한 뒤 임금의 3% 이내에서 지급을 이연하기로 했다. 이후 경영이 정상화되면 이연된 임금을 다시 지급하는 방식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을 공유하는 동시에 경영 위기 때는 구성원도 일정 부분 부담을 나누는 구조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노사 합의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반도체 업황 악화 당시에도 임금 일부를 이연했고, 이후 흑자 전환과 함께 이를 지급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 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성과급 지급 방식과 임금 이연 방안 모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새로운 합의안을 마련한 뒤 다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찬반 격차가 전체 투표자의 0.16%포인트에 불과했던 만큼, 재협상에서는 성과급 가운데 자사주 지급 비중과 이연 지급 방식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