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까다로운 경차 규격과 '국산차 보호'
구조적 한계와 외면받는 선택지…경차는 낮은 마진과 비인기 세그먼트
[녹색경제신문 = 장창환 기자]
중국 BYD가 일본 자동차 시장의 '철옹성'인 경차 세그먼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토종 브랜드들이 80% 이상을 장악해 온 일본 안방에 중국산 전기 경차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를 두고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다채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향한 부러움과 폐쇄적인 국내 시장을 향한 씁쓸한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11일 닛케이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BYD가 일본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소형 전기 경차 '라코'가 공식 출시 이후 불과 2주 만에 1000대 이상의 주문을 돌파했다. 이는 BYD가 일본에 내놓은 역대 모델 중 가장 빠른 판매 속도다.
당초 현지 업계의 회의적인 시선과 달리 라코는 세금 포함 214만5000엔(한화 약 1905만원)부터 시작하는 파격적인 가격과 함께 정부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만엔(한화 약 1776만원) 아래로 떨어지는 경제성을 갖췄다. 최상위 트림인 300 프리미엄은 35.84 kWh LFP 배터리를 탑재해 일본 경차 최초로 1회 충전 시 32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일본 경차 최초로 전동식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하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비상 자동 제동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기본 탑재하는 등 현지 맞춤형 편의사양까지 완비했다.
철저한 현지화와 가격·상품성을 모두 잡은 중국산 전기 경차가 일본 전통 제조사들을 긴장시키는 동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왜 한국에는 매력적인 수입 경차가 들어오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는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경차 및 소형 전기차가 존재하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경차는 사실상 불모지에 가깝다. 가격 외에도 한국 고유의 제도적 장벽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자동차관리법상 경차로 분류되려면 배기량 1000cc 미만이면서 길이 3.6m, 너비 1.6m, 높이 2m 이하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유럽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 있는 경차들은 배기량 기준을 맞추더라도 차체 폭이 1.64m 안팎으로 국내 기준보다 4cm가량 넓어 경차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수입차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국내 완성차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진입 장벽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설령 기준을 충족하거나 예외적으로 들어온다 해도 현지에서 저렴하게 생산된 경차가 해상 운송료, 인증 비용, 수입차 프리미엄 마진을 거쳐 국내에 들어오는 순간 국산 준중형 세단 가격과 맞먹는 수준으로 치솟아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소비자들이 '그돈씨'를 외치며 돌아서는 이유다.
국내 시장은 유독 차량의 크기와 하차감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 수입 브랜드 로고를 달고 경차가 들어온다 해도 판매량이 보장되지 않는다. 일본은 철저한 차고지 증명제와 강력한 경차 세제 혜택 덕분에 독자적 생태계가 유지되지만 한국은 경차 혜택이 점차 축소되는 추세라 수입사들이 수익성 낮은 경차 세그먼트 라인업을 아예 배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11일 "일본은 경차 비중이 37%에 달하는 반면 국내는 6~7% 수준에 불과하고 혜택마저 줄어 완성차 업계가 실정에 맞는 경차 도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경제성과 실효성을 갖추려면 경차보다는 최소한 BYD '돌핀' 같은 소형 해치백 체급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아트 500 등 과거 유럽산 브랜드들도 국내 경차 시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전폭 기준을 초과해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현재 우리 규격에 맞는 경차는 사실상 일본 모델이 유일한 데다 과거 유럽산 브랜드들이 실패한 전례가 있어 BYD라 하더라도 국내 경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YD는 일본이라는 까다로운 시장에서도 현지 맞춤형 전략과 가성비로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좁은 규격 장벽과 소형차 기피 현상에 갇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 경차는 한국에 안 들어오는 것인가, 못 들어오는 것인가'라는 물음 뒤에는 낡은 제도적 규격과 수익성만을 따지는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깊이 배어있다.
장창환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