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강신후 기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가 급증하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가 해외 현지브로커를 여러 곳 확보하고도 실제 주문의 대부분을 한 곳에 집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특정 브로커에 주문이 몰릴 경우 전산장애 등 사고 발생시 해외주식 거래가 연쇄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며 리스크 분산을 주문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해외투자 관련 투자자보호 실태를 점검한 결과, 한 증권사는 복수의 해외 현지 브로커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전체 주문의 약 99%를 특정 브로커 한 곳에 배분하고 있었다.
형식적으로는 ‘복수 브로커’ 체계를 갖췄지만 실제 주문이 한 곳에 집중돼 있다면 백업 체계를 구축한 의미가 퇴색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6월에도 ‘내부감사 간담회’를 열어 해외주식 중개업무를 수행하는 금융회사가 복수의 현지브로커를 선정하고 전산 안정성과 재무 안정성, 사업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해외주식 거래에서 현지브로커는 국내 증권사와 해외 시장 사이에서 주문을 처리하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해당 브로커의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국내 증권사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고객 주문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미국 현지 중개사의 전산장애로 국내 증권사 5곳에서 미국주식 주문 오류가 동시에 발생했다. 당시 토스증권·대신증권·메리츠증권·NH투자증권·카카오페이증권 등에서 주문 접수나 체결·정정·취소 등에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는 국내 증권사 자체 시스템이 아니라 미국 현지 중개사의 전산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해외주식 거래 인프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특히 여러 증권사가 같은 현지 중개사를 이용할 경우 하나의 장애가 복수 증권사의 고객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금감원은 또 현지브로커나 해외 거래소, 회선 제공업체 등 제3자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업무연속성계획(BCP)과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현지브로커의 업무 수행 수준도 주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점검 결과를 향후 주문 배분이나 재계약, 서비스 수준 협약(SLA) 조정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주식 거래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국제금융센터가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주식 순매수액은 46억4000만달러로 6월보다 약 7배 증가했다. 올해 1월 이후 최대 규모다. 7월 말 국내 개인의 해외주식 잔액은 1796억2000만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미국주식이 94.9%를 차지했다.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해외 현지 중개 인프라의 장애가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주식은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가 열리지 않는 야간 시간대에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거래 장애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금감원은 특히 현지브로커의 업무 수행 결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그 기록을 남겨 향후 주문 배분이나 재계약, 서비스 수준 협약(SLA) 조정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해외주식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국내 증권사의 자체 시스템뿐 아니라 실제 주문이 전달되는 해외 현지 인프라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투자 중개업무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의 현지브로커를 활용하고 특정 업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는 등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신후 기자 kswho9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