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전환 가능 주식만 수백만주…실적 개선 여부가 주가 방어 변수로
[녹색경제신문 = 한경석 기자] 최근 주가 부진이 이어지는 코스닥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전환사채(CB) 리픽싱이 잇따르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잠재 매물(오버행) 우려가 커졌다. 주가하락으로 전환가액이 잇달아 낮아지면서 동일한 채권으로 전환가능한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소액투자자들의 부담 요인이 되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보모터스, SGA솔루션즈, 모아라이프플러스(전 비엘)가 2024~2025년 발행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이 주가 하락에 따라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CB 리픽싱은 일정 기간 주가가 전환가액 아래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전환가를 낮춰주는 제도다. 전환가액이 내려가면 같은 원금으로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된다. 특히 주가가 회복되면 늘어난 전환주식이 시장에 매물로 출회될 가능성이 있어 오버행 우려로 이어진다.
모아라이프플러스, 네 차례 리픽싱…동전주 탈피 안간힘
모아라이프플러스는 2024년 주식회사 로샘을 대상으로 발행한 150억원 규모의 11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에 대해 최근 리픽싱을 단행했다. 최초 2398원이었던 전환가액은 주가 하락에 따라 총 네 차례 조정을 거쳐 1652원까지 낮아졌다. 발행 당시 표면이자율 2%, 만기이자율 7%의 비교적 높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주가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전환가액까지 하향 조정된 것이다. 다만 미상환 전환 가능 주식 수는 29일 공시 기준 16만714주로 기존 발행주식의 0.38% 수준에 그친다.
잇따른 리픽싱은 회사의 장기적인 주가 부진을 그대로 반영한다. 모아라이프플러스 주가는 2022년 2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왔으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일 오후 2시 45분 기준 363원으로 병합 전 액면가인 50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회사는 동전주 탈피와 상장 유지 요건 충족을 위해 액면병합을 추진하고 있다. 내달 7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되며, 11일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0원으로 높이는 2대 1 병합이 완료되면 발행주식 수는 4216만6980주에서 2108만3490주로 줄어들 예정이다. 액면병합은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기업가치 자체를 개선하는 것은 아닌 만큼, 병합 이후에도 주가가 다시 하락할 경우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
주가 부진 배경에는 본업의 실적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모아라이프플러스는 2024년과 지난해 각각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55억원, 65억원으로 최근 2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120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24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14억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실적 개선 조짐을 보이지 못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지난해 1분기 이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며,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약 36억원에 불과해 자금 여력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시가총액이 1000억원에 가까운 삼보모터스 역시 29일 CB 전환가액을 조정한다고 공시했다. 2025년 19회차 CB를 발행해 250억원을 조달했으며, 해당 자금은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한 14회차 CB 상환에 사용됐다. 신규 투자보다 기존 CB를 신규 CB로 대체하는 차환성 자금조달을 선택한 셈이다.
삼보모터스, 전환 가능 물량 24%…2세 경영 속 오버행 변수
삼보모터스도 29일 전환가액 조정 공시를 했다. 19회차 CB에 대한 전환가액은 기존 4003원에서 3859원으로 이 역시 시가하락에 따른 조정이다. 이에 따라 조정 전 전환 주식수 624만5316주에서 조정 후 647만8362주로 물량이 늘어 기존 주식 수 대비 약 24%에 해당하는 주식이 시장에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 전환가능 물량이 유통주식 대비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향후 주가 반등 시 매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가운데 삼보모터스는 이달 들어 기존 이재하 단독 대표 체제에서 이재하, 이유경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2세 경영을 전면 선언한 셈이다. 이재하 대표는 1954년생으로 1995년 8월부터 삼보모터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최대주주(222만4664주, 8.33%)다. 새로 선임된 이유경 대표는 1981년생으로 이재하 대표의 장녀로 보유 주식은 14만87주(0.52%)다. 2013년 8월 삼보모터스에 입사해 사장직을 맡아왔고 이달 들어 각자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CB 물량이 대거 출회될 예정이지만, 그나마 실적이 주가를 뒷받침하는 양상이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293억원, 영업이익 138억원으로 수익성이 뛰어나진 않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늘었고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해외법인 매출 및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등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매출이 실적에 견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보모터스의 CB 전환권 청구는 올해 들어 1월 5일, 1월 16일 ,5월 29일 총 세 차례 이뤄졌으며 4591원(98만177주), 4591원(43만5634주), 4003원(118만4555주) 등으로 현 시점보다 높은 수준의 주가를 형성했을 때 주식 전환됐다.
SGA솔루션즈, 액면병합에도 CB 부담 지속
이밖에도 SGA솔루션즈는 앞서 제9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100억원을 발행했으며, 이 가운데 70억원은 전환청구가 완료됐다. 지난 4월에는 17억5000만원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돼 전환가액 582원을 기준으로 300만6871주의 신주가 발행됐다. 미전환 잔액 30억원은 회사가 2025년 7월 매도청구권(Call Option)을 행사해 만기 전에 취득했으며, 이후 권면금액 20억원을 금강이앤에스(15억원)를 비롯해 김도순(2억원), 한은주, 김보경, 김동석(각 1억원) 씨 등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회사는 지난 5월 5대 1 액면병합도 단행했다. 동전주에 따른 상장폐지 요건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병합 이후에도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가 약세가 이어지면서 제10회차 CB에도 리픽싱이 적용됐다. 전환가액은 기존 3310원에서 2317원으로 낮아졌고, 이에 따라 전환 가능 주식 수는 271만9033주에서 388만4333주로 약 43% 증가했다. 이는 기존 발행주식 수의 약 21%에 해당하는 규모로, 향후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키고 잠재적인 오버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실적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은 2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0억원)보다 3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3억원 적자에서 8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CB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고 하향 리픽싱이 적용될 경우 기존 투자자의 지분 희석 위험을 불러올 수 있어 일반 투자자들은 투자 접근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경석 기자 hanks3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