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대표 "로봇 수요 지속 "···회사 성장 모티브는 혁신성장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아이엘이 자동차 부품 제조 자회사 아이엘모빌리티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며 휴머노이드 사업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중국 로봇기업 애지봇(Agibot)과의 협력으로 휴머노이드 하드웨어 라인업을 확보한 데 이어, 실제 제조라인을 내부 테스트베드로 삼아 피지컬 AI 운영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전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이엘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종속회사 아이엘모빌리티 주식 61만주를 100억원에 현금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취득 예정일은 오는 9월 30일이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아이엘의 아이엘모빌리티 보유 주식은 총 289만4667주로 늘어나며 지분율은 100%가 된다.
아이엘모빌리티는 운송장비 조립용 플라스틱제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703억원, 당기순이익은 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 334억원에서 두 배 이상 성장했고, 2023년 62억원 순손실에서 2024년 흑자전환을 거쳐 2025년 이익 규모를 확대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 기반을 갖춘 만큼 아이엘 입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아이엘모빌리티의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해 검증할 수 있는 내부 제조 현장을 확보한 셈이다.
이번 100% 자회사화의 핵심은 제조 데이터를 둘러싼 통제력 강화다. 아이엘모빌리티가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 생산라인 운영, 설비 변경, 로봇 투입, 데이터 수집 및 활용과 관련한 의사결정 구조가 한층 단순해진다. 휴머노이드 실증은 단기적으로 생산성 저하나 설비 조정 부담을 수반할 수 있는 만큼, 소수주주 이해관계가 남아 있는 구조보다 100% 자회사 체제가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아이엘의 휴머노이드 사업은 애지봇과의 협력에서 출발했지만, 사업의 실질적 기반은 제조 자회사인 아이엘모빌리티에 있다. 송성근 아이엘 대표는 “휴머노이드 도입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아이엘모빌리티였다”며 “당시 아이엘모빌리티에 외국인 근로자만 100명 가까이 있었고, 제조업 수익성이 악화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로봇 사업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회사는 애지봇의 하드웨어에 아이엘모빌리티의 제조 데이터를 학습시켜 완성형 로봇 플래폼을 외부에 판매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아이엘은 현재 국내에서 애지봇의 최고 등급(VAP) 파트너로서, 휴머노이드 총판을 담당하고 있다.
애지봇과의 협력은 아이엘이 휴머노이드 시장 흐름을 선제적으로 읽은 결과라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송 대표는 “애지봇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난해 초부터 애지봇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계를 쌓아나갔다”며 “처음에는 작은 영업권부터 시작해서 신뢰를 쌓아나가 총판권까지 따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애지봇이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아이엘같이 작은 코스닥 상장사가 판권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시선이 있는데, 시장의 흐름을 남들보다 한 스텝 일찍 읽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이엘모빌리티가 사출 기반 제조기업인 만큼 현재는 사출 공정과 관련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로봇 학습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수요가 특정 업종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송 대표는 “아이엘모빌리티가 사출 기업이라 그 분야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학습시키고 있는데, 스마트팩토리 등 의외로 타 업종에서도 구매가 많다”며 "금융감독원 기준에 따라 모든 사업 수주 성과를 공시할 수는 없지만, 현재 지속적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사 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부터 대기업향 매출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아이엘은 최근 피지컬 AI 연구소를 신설하고 화웨이 ICT 부문 및 삼성전자 출신의 정문식 박사를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회사는 제조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월드모델(World Model), 행동생성모델(LAM),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등 차세대 로봇 지능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빠른 속도로 외연을 확장하다 보니 외부에서는 리스크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회사가 지금껏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혁신이었다"며 "휴머노이드 산업이 본격적으로 꽃피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필요하지만, 회사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로봇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슈퍼사이클에 앞서 업계 입지를 다지고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