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메리츠 갈등 속 긴급 운영자금 확보가 최대 변수
민주당까지 중재 나서며 '청산 아닌 매각' 가능성 주목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점포와 인력을 대폭 줄이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점포 수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직원 규모도 과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회사는 이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인수 부담을 낮췄다며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금 확보 여부가 홈플러스의 청산과 회생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대규모 사업 재편을 진행했다. 기존 126개였던 대형마트 점포는 현재 67개 핵심 점포 중심 체제로 재편됐고, 최근에는 영업을 중단한 37개 점포의 폐점도 결정했다. 조직 규모 역시 크게 축소됐다. 과거 1만8000명 수준이던 직원 수는 현재 약 9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회사는 이를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매각을 위한 사전 정비 작업으로 설명한다.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고정비 부담을 낮춰 잠재 인수자의 부담을 줄였다는 것이다. 실제 임대 점포의 경우 임대인과의 협의를 통해 임차료를 기존 대비 평균 20~40% 수준으로 낮췄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도 추진하며 비핵심 자산 정리에 나섰다.
현재 홈플러스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운영자금 확보다. 회사는 매각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상품 매입과 협력업체 대금 지급, 점포 운영 등을 유지하기 위해 약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DIP)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자금 지원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차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긴급 대출 승인을 요청하고 있지만, 메리츠 측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보다 명확한 보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9일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 경영진을 국회로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최근 희망퇴직과 점포 폐점으로 대규모 실업 우려가 커지자 여당이 직접 중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홈플러스 상황을 단순한 유통기업 회생 문제가 아니라 고용과 지역 상권, 협력업체 생태계가 연결된 사회적 이슈로 보고 있다. 폐점이 결정된 37개 점포에서만 약 3000명 이상의 근무 인력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협력업체와 입점업체까지 고려하면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홈플러스의 구조조정이 오히려 매각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대규모 점포망과 복잡한 사업 구조가 인수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현재는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잠재 투자자가 검토해야 할 리스크가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2000억원 규모 브릿지 자금 확보 여부에 쏠린다. 자금이 확보되면 영업을 유지하며 M&A를 추진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자금 조달에 실패할 경우 추가 점포 폐점과 구조조정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생절차가 사실상 매각 성공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이번 자금 지원 협상이 홈플러스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현재 홈플러스는 사업 규모를 줄여 인수 부담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매각 완료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운영자금 확보가 남은 과제”라며 “채권단과 대주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회생 시나리오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