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계열사 상폐·연구조직 해체…정체성 전환 신호
[녹색경제신문 = 박준형 기자] 에이비프로바이오가 1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던 바이오 사업의 흔적을 지우고 사업 재편에 나섰다. 최대주주 변경 이후 사명을 ‘루트케이’로 변경하고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하면서다. 시장에서는 핵심 관계사의 나스닥 퇴출과 주요 연구 인력 이탈로 바이오 사업이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회사가 정체성 자체를 갈아엎는 수준의 피보팅(사업 방향 전환)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터 이사진 이어 사업목적 변경…루트케이로 간판 교체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이비프로바이오는 오는 1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기존 에이비프로바이오에서 루트케이로 변경할 계획이다. 사명 변경과 함께 사업방향도 재편한다. 원전해체업 등 미영위 사업목적을 삭제하고 △음반 및 비디오물 도소매업 △공연 기획업 △행사대행업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한다.
에이비프로바이오는 지난 4월 최대주주 변경 이후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사업 재편 수순을 밟아왔다. 최대주주 변경과 동시에 기존 바이오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엔터업계 출신 인사들을 경영진으로 대거 선임하면서다.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변경 이후 추진돼 온 사업 재편 방향이 보다 구체화된 셈이다.
에이비프로바이오 최대주주에 오른 ‘리턴즈’ 역시 엔터·콘텐츠 사업과 밀접한 것으로 확인된다. 리턴즈는 이성재씨가 유일한 등기이사로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다. 이씨는 리턴즈 외에도 반품 상품 유통회사인 블렉스와 네스트리미디어그룹 등의 유일한 등기 이사로 확인된다. 이중 네스트리미디어그룹은 큐브엔터가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에이비프로바이오, 경영권 양도…‘스캠 코인’ 논란 인물 전면에①]
다만 시장에서는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바이오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 회사가 정체성 자체를 갈아엎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오를 앞세워 조달한 자금으로 사업을 확장한 뒤 성과를 내지 못하자,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엔터·콘텐츠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비프로바이오, 1500억 증발해도 '또 투자'…줄줄 새는 자금③]
1000억 바이오 실패…핵심 계열사 연구조직 해체
에이비프로바이오의 바이오사업 핵심 계열사인 에이비프로홀딩스(ABPRO Holdings) 역시 바이오 연구조직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다.
에이비프로홀딩스의 지난 1분기 R&D 비용은 1만3000달러로 전년 동기(32만5000달러) 대비 급감했다. 회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이비프로홀딩스의 연구개발 인력은 2024년 10월부터 무급휴직 상태였으며, 이후 작년말 해고가 완료됐다. △이수영 셀트리온 신약연구본부장(부사장)을 비롯해 이안 찬(IAN YAN PUI CHAN) 에이비프로홀딩스 대표 등 프로젝트의 핵심 인력들도 잇따라 회사를 떠났다.
사실상 핵심 연구인력 대부분이 회사를 떠난 데다, 회사 스스로도 추가 자금 조달 전까지 연구개발 활동을 축소했다고 밝힌 상태다.
에이비프로바이오가 최대주주로 있는 미국 법인 에이비프로홀딩스는 지난 2월 나스닥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장외시장(OTC)으로 이동했다. 이후 에이비프로홀딩스는 나스닥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최종 항소까지 진행했지만 기각되면서 지난 4일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시장에서는 바이오 사업의 핵심 축이었던 에이비프로홀딩스의 연구개발 조직이 사실상 해체되고 상장 지위마저 상실한 상황에서, 에이비프로바이오가 정체성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기업에서의 사명 변경과 이종산업(엔터) 진출은 단순 사업 다각화라기보단 정체성 자체를 바꾸는 수준의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녹색경제신문>은 에이비프로바이오의 사명변경 배경과 엔터사업 진출 관련 질의를 위해 회사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지난 2015년 공작기계 전문업체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에이비프로바이오는 지난 2019년 KH 필룩스 대표 출신 안원환씨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유지인트에서 에이비프로바이오로 변경했다. 이후 바이오 신사업에 나섰지만 7년째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매출(각각 51억원, 184억원)은 모두 기존 공작기계 사업에서 발생했다.
박준형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