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민연금 스와프 2026년 말까지 연장해도 외환보유액은 줄어…방어 여력 한계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지난달 거주자 외화예금이 85억달러 넘게 급증하며 1100억달러를 돌파했다. 달러가 국내에 풍부하게 쌓인 것처럼 보이지만 환율은 1560원대까지 치솟았다. 외화예금이 실제 환율 방어 여력으로 연결되는지, 아니면 시장에 나오지 않는 '묶인 돈'에 불과한지가 핵심 질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6년 4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106억8000만달러로 전월 말보다 85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3개월 연속 감소 후 넉 달 만에 반등이다. 달러화예금이 76억8000만달러 늘며 증가분 대부분을 차지했고, 기업예금(+80억8000만달러)이 전체 증가분을 이끌었다. 한은은 증권사의 투자자 예탁금 증가, 연기금의 해외투자 집행자금 유입, 대기업의 경상대금 수취 등을 증가 배경으로 꼽았다.
외화예금이 환율 방어 여력이 되려면 이 달러가 필요할 때 외환시장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은행이 기업의 외화예금을 재원으로 외화대출을 실행하거나, 한은 스와프에 참여해 달러를 공급하면 간접적으로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도 이 점을 의식해 수출기업에 국내 운전자금 목적의 외화대출을 허용했다. 기업이 달러를 팔지 않더라도 외화대출 형태로 달러를 국내 자금 순환에 활용하면 원화 수요를 줄여 환율 상승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업들이 달러를 외화예금에 쌓아두는 행동 자체가 외환시장 달러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으면 외환시장에 달러가 나오지 않고, 달러 수요 대비 공급이 줄어든 만큼 환율은 오른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외화예금 형태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이것이 외환시장 달러 공급을 줄여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환율이 급등하자 대통령실이 주요 대기업에 직접 "달러 공급 협조"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이 동원하는 카드인 국민연금 외환 스와프도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다. 한은이 국민연금에 달러를 스와프 형태로 빌려주면 국민연금의 현물환 달러 매수 압력이 줄어 환율 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양 기관은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외환 스와프 계약을 2026년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한도는 650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방식은 결국 한은 외환보유액을 소모하는 구조다. 5월 외환보유액은 8억8000만달러 줄어든 4269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화예금 85억달러가 급증하는 동안 외환보유액은 오히려 줄었다. 기업이 달러를 쌓는 속도가 한은이 방어에 쓰는 속도보다 빠른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 입장에서 외화예금은 조달 비용을 낮추는 수단이지 환율 방어 도구가 아니다. 외화예금을 재원으로 외화대출을 늘릴 수는 있지만, 이 역시 기업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달러 그대로 빌려 쓰는 구조라 외환시장 달러 공급 증가와는 거리가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이 늘어도 기업이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는 한 외환시장 수급에 직접 영향을 주기 어렵다"며 "외화예금 증가가 곧 환율 안정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외화예금 증가가 진짜 환율 방어 여력이 되려면 이 달러가 실제로 시장에 나와야 한다. 기업이 외화대출을 활용해 원화 수요를 줄이거나, 환율 고점 인식이 퍼지면서 자발적으로 달러를 환전하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3월 외화예금이 153억7000만달러 역대 최대 감소할 때 한은이 "환율 상승이 환전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 것처럼, 기업들의 달러 보유 심리가 바뀌는 시점이 곧 환율 안정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지금 쌓이는 1100억달러가 환율 방어의 자원이 될지, 아니면 환율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남을지는 결국 기업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