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장보기’도 부담되자 초저가 소비 트렌드 재부상
다이소 지난해 영업이익 4424억원…대형마트 뛰어넘는 수익성 주목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중동 리스크와 공급 불안이 겹치며 먹거리 물가가 다시 들썩이자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계란 한 판 가격이 8000원선에 근접하고 국제 식량가격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초저가 생활용품을 찾는 소비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 속에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고물가 시대 대표 수혜 기업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생활물가 압박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4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0.7포인트로 전월 대비 1.6%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유지류 가격은 한 달 새 5.9% 급등했고, 육류와 곡물 가격도 각각 1.2%, 0.8% 상승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이 식량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국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 크다. 통계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를 대표하는 계란 가격은 서울 기준 특란 30구 평균 가격이 7944원까지 치솟으며 80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겨울철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산란계 10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진 영향도 크다.
이처럼 식비와 생활비 부담이 동시에 커지자 소비자들은 소비 우선순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여행이나 외식 대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홈캉스’ 소비가 늘고, 생활용품 구매에서는 브랜드보다 가격 경쟁력을 우선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절약 소비가 아니라 ‘방어형 소비’로 해석한다. 경기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이 만족감보다 생존 비용 관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다이소가 있다.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4조5363억원, 영업이익 442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2%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약 10% 수준으로, 일부 대형마트나 이커머스 업체를 웃도는 수익성을 기록한 점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다이소는 경기 침체기에만 반짝 성장하는 ‘불황형 소비 채널’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화장품·건기식·패션잡화 등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단순 저가 매장이 아니라 ‘가성비 플랫폼’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비싼 브랜드 대신 다이소에서 대체 가능한 제품을 먼저 찾는다”는 소비 습관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다이소의 성장 배경으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소비 심리 변화 자체를 꼽는다. 고물가 장기화 속에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프리미엄 소비와 초저가 소비가 동시에 커지는 ‘K자 소비’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산층 소비자들까지 초저가 채널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과거와 다른 변화로 꼽힌다.
반면 기존 대형마트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기업회생 절차 속에서 37개 점포 영업 중단에 들어갔고, 일부 유통업체들은 식품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태국산 계란 직수입까지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대량 구매보다 꼭 필요한 상품 위주로 소비를 줄이면서 전통 유통채널의 수익 구조도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초저가 소비 트렌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유가 변동성이 여전히 큰 데다, 식품·외식 물가 상승 압력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어서다. 결국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대체재를 찾고, 유통업체들은 ‘싸지만 만족도 높은 상품’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예전에는 경기 침체 때만 ‘가성비’를 찾았다면, 지금은 중산층 소비자들까지 지갑을 닫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고물가가 장기화될수록 초저가 소비 채널의 영향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