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개 점포 중 37곳 영업 중단…‘선택과 집중’ 전략 본격화
지역 유통 인프라 공백·협력업체 연쇄 충격 우려도 확산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의 핵심 카드로 내세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마무리했지만,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 현금 확보 규모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국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37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하는 초강수까지 꺼내 들면서, 이번 구조조정이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사실상 생존을 위한 ‘축소 운영 체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지난 7일 하림그룹 계열 NS쇼핑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현금 1206억원을 확보했다. 다만 시장에서 예상했던 3000억원 안팎의 매각가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회사 측은 약 1800억원 규모의 부채 승계가 포함된 거래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회생 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 유동성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평가는 냉정하다.
특히 홈플러스가 기존 회생계획안에서 필요 자금으로 약 6000억원 규모를 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확보된 자금만으로는 정상화까지 상당한 공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여기에 매각 대금 유입 시점도 약 두 달 뒤로 예상되면서 단기 운영자금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현장에서는 자금 경색의 후폭풍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상품 공급 차질로 매대 상당수가 PB(자체브랜드)상품 중심으로 채워졌고, 매출 감소폭이 전년 대비 50%를 넘긴 점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소비 위축이 아니라 ▲ 재고 부족 ▲ 고객 이탈 ▲ 추가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홈플러스는 전체 104개 대형마트 중 37개 점포의 영업을 오는 7월 초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남은 67개 핵심 점포에 물량과 운영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표면적으로는 운영 효율화 전략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수익성이 낮은 ‘점포 물갈이’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조치가 갖는 파장은 단순히 기업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 일부 지역과 달리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홈플러스가 사실상 유일한 대형마트 역할을 해온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북 김제, 경남 밀양·삼천포, 부산 영도 등 일부 지역은 홈플러스 영업 중단 시 대형 유통 채널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대형마트가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센터·생활 인프라 역할까지 수행해왔다는 점에서 지역 소비 생태계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협력업체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상품 공급 축소는 납품 중소기업의 현금 흐름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의 위기가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물류·지역 상권까지 연결되는 ‘연쇄 리스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관건은 결국 추가 자금 조달 여부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브릿지론과 DIP(긴급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회생 가능성과 추가 자금 투입의 실익을 두고 신중한 검토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홈플러스의 위기로만 보지 않는다. 온라인 중심 소비 전환과 고정비 부담 확대 속에 대형마트 산업 전체의 구조적 한계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외형 확장 중심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생존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홈플러스의 현재 상황은 단순한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넘어 오프라인 대형마트 모델 자체의 수익성이 시험대에 오른 사례이기도 하다”며 “추가 자금 수혈 여부도 중요하지만, 결국 소비자를 다시 매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구조조정만으로는 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