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전용카드 급증 뒤 남은 793억원…회계 손실 넘어 구조적 문제 제기
회생 지연·노조 반발까지 겹치며 ‘금융-실물 동시 압박’ 현실화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가 단순 유통업 문제를 넘어 금융권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동일 대주주를 둔 롯데카드와의 거래에서 대규모 채권이 손실 가능 자산으로 분류되면서, 사모펀드 체제 내 ‘리스크 이동 구조’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홈플러스 관련 채권 약 793억원을 회수 가능성이 낮은 ‘추정손실’로 반영했다. 해당 채권은 홈플러스가 납품업체 대금을 결제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기업구매전용카드 및 법인카드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 구조는 카드사가 협력업체에 먼저 대금을 지급한 뒤 기업으로부터 사후 회수하는 방식으로, 기업 신용이 흔들릴 경우 카드사가 직접 손실 위험을 떠안게 된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이 거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는 점이다. 실제 관련 거래액은 불과 2년 사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통상 이러한 매출채권은 외부로 유동화해 위험을 분산시키지만, 일부를 롯데카드가 직접 보유하면서 신용 리스크가 내부에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홈플러스에는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었으만, 부실 가능성이 카드사 재무로 이전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 이슈로 번지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모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만큼, 계열사 간 거래가 전략적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특히 최근 5년간 MBK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 규모가 누적 1000억원대를 넘긴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 회생 절차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고, 점포 운영과 정산 지연 문제까지 겹치며 내부 갈등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노동조합은 정부 개입을 촉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는 등 사태가 산업·사회적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롯데카드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실적 둔화에 더해 제재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부담이 커진 상태다.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재무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사안은 ‘유통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사모펀드 중심 지배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금 순환과 리스크 이전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 유동성 지원이 장기적으로는 금융 계열사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전반의 경계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사모펀드 체제에서는 포트폴리오 간 시너지가 강조되지만, 특정 기업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이전되는 구조라면 단순한 경영 판단을 넘어선 문제”라며 “거래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