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장창환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의 SUV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자동차의 상징과도 같던 세단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SUV 신차 등록 대수가 세단을 2배 가까운 차이로 따돌렸는데 이는 수익성이 좋은 SUV 판매에 집중한 제조사들의 행보가 수치로 증명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분석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UV 신차 등록 대수는 212,348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4.9%포인트 상승하면서 SUV가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지켰고, 세단(107,848대)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고차 시장에서는 세단이 207,346대 거래되며 143,562대에 그친 SUV를 앞지르면서 신차 시장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세단을 처분하고 신차로 SUV를 선택하는 교체 수요가 늘면서 중고차 시장에 세단 매물이 대거 유입된 영향이 크다. 또한 가격 부담으로 신차 구매를 포기한 '실속파' 소비자들이 신차 대신 중고 세단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국내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SUV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은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가성비 세단'의 실종을 꼽을 수 있다.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저가형 모델을 단종시키거나 고급화 전략을 취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아반떼 등 일부 모델이 명맥을 잇고는 있지만, 과거 다양했던 세단 라인업이 단가가 높은 SUV로 대체하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엑센트 등 과거 입문용 세단들이 사라진 자리를 꿰찬 소형 SUV들은 세단보다 수백만원 이상 비싸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사실상 더 비싼 SUV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매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유지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SUV는 기본적으로 세단보다 차체가 크고 무거워 동일한 엔진을 탑재하더라도 연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타이어나 브레이크 패드 등 소모품의 교체 주기가 상대적으로 짧고 비용 역시 고가다.
또한 SUV는 전폭이 넓어 좁은 주차 공간에서 인접 차량에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잦다. 차량 크기는 비대해지고 있지만 국내 주차면 규격은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는 탓에 '주차 빌런' 논란과 '문콕' 사고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그랜저 대신 팰리세이드를 계약한 40대 직장인 A씨는 16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초 예산보다 300만원 정도 추가 지출을 하며 팰리세이드를 구매했다. 패밀리카로는 만족스럽지만, 차체가 커진 탓에 좁은 주차장에서 '문콕'을 당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SUV 중심의 시장 재편은 세단 선호 차주들의 선택지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키우기도 한다. 여기에 커진 차폭 때문에 겪는 주차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시장 트렌드가 바뀐 대가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치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창환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