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의 탈을 쓴 영악한 지배력 수성이자, 뼈아픈 경영 실패의 청구서 떠넘기기다."
한화솔루션이 강행하는 2조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최대주주 ㈜한화가 배정물량 100%는 물론, 초과청약 한도인 20%까지 꽉 채운 '120% 청약(약 8439억 원 규모)'을 전격 공시했다. 최초 유증 발표 당시 미확정으로 두었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며 표면적으로는 '책임경영'의 의지를 과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대주주가 120% 청약이라는 숫자로 포장했음에도, '조 단위 빚 독박은 결국 개미 몫'이라는 참담한 구조적 모순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화가 내세운 '120% 초과청약'이 결국 경영 실패의 책임은 일반 주주들의 지갑을 털어 돌려막고, 정작 자신들은 기준주가 대비 20%나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담아 지배력만 굳건히 유지하려는 얄팍한 셈법으로 해석되면서 '위선적 책임경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과청약 선언에도 여전히 1조대 빚 돌려막기는 개미 몫
대주주의 초과청약 선언에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일반 주주들이 1조원대 빚 갚기를 대신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모순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유증 조달액 중 채무상환 자금으로 책정된 1조4899억원의 내역은 사실상 경영진의 뼈아픈 실책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증권신고서를 뜯어보면 KB증권·iM증권 등에서 끌어다 쓴 단기 기업어음(CP)만 4100억원, 우리은행 등의 한도대출이 4484억원에 달하는 등 언제 상환 압박이 들어올지 모르는 8500억원 이상의 초단기 부채가 상환 명단에 올라 있다. 산업은행 및 외국계 은행(MUFG, HSBC 등) 대출금뿐만 아니라, 금리가 무려 4.98%와 4.67%에 달하는 고금리 사모사채(288회, 289회) 900억원도 포함됐다.
우량한 신용등급(AA-)을 보유한 한화솔루션이 가장 최근인 2025년 2월 발행한 공모사채(제292-1회, 292-2회)의 이자율이 3.361~3.547%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경영진이 무리한 확장 과정에서 값비싼 단기 부채를 얼마나 급하게 끌어 썼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경영진이 벌인 외형 확장의 뒷수습을 주주들의 주머니를 빌려 해결한다는 비판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공격적 M&A 실패 수습은 계열사 소방수 동원
더욱이 재무 악화의 근본 원인은 태양광 공장 건설과 같은 미래 투자가 아닌, 무리한 글로벌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자산 투자를 명분으로 한화퓨처프루프(Hanwha Futureproof Corp.)에 6557억원을 출자하고, 유럽 확장을 위해 RES프랑스(현 큐에너지솔루션) 지분을 1조42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심각한 적자 늪에 빠졌다. 큐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기준 무려 22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한화퓨처프루프 역시 2025년에만 516억원에 달하는 지분법 손실을 안기며 투자금만 갉아먹는 '부실자산'으로 전락했단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부실해진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동원된 전형적인 계열사 '돌려막기' 방식이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현금 확보를 위해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전량을 1조1407억원에 매각했다. 놀라운 점은 취득 당시 주당 약 1311만원이었던 주식을, 수백억원대 적자를 내는 부실자산이 됐음에도 주당 2085만원이라는 무려 59%의 프리미엄을 얹어 비싸게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고가 매입'의 짐을 대신 짊어진 곳은 신설 해외법인 HDE(Hanwha Defense & Energy Corp.)다. 한화솔루션은 매각 대금 중 일부를 재출자해 HDE 지분 25%를 챙기며 지배력은 이어가되, 나머지 약 8500억원(지분 75%)의 막대한 자금 부담은 우량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반반씩 짊어지도록 설계했다. 심지어 한화시스템은 퓨처프루프가 안고 있던 7500만달러 규모의 산업은행 해외보증채무까지 대신 떠안아야 했다.
큐에너지솔루션 지분 22.65% 역시 유동성 확보를 명목으로 매매수익스왑(PRS)이라는 파생상품 계약까지 동원해 약 5000억원을 받고 넘겼다. PRS는 지분을 넘겨 대금을 먼저 받더라도, 향후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그 손실분(차손)을 매각자인 한화솔루션이 현금으로 다시 물어줘야 하는 계약이다. 당장 눈앞의 급전을 융통하기 위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잠재적 부채'를 남겨둔 것으로, 부실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정상적 매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관표 멈추지 않은 과잉투자의 부메랑…시총 두배 육박한 순차입금
한화솔루션이 부실 자산에 59%의 웃돈까지 얹으며 계열사에 넘기고, 파생상품(PRS)까지 동원해 조 단위의 급전을 끌어모았음에도 재무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진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본업의 수익 창출 능력이 붕괴된 상황에서, 최고경영진이 수조 원대 '밑 빠진 독'에 빚을 내어 물을 붓는 무리한 과잉 투자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기초소재) 부문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로 2025년에만 2491억원의 막대한 영업손실을 냈고, 전사 영업이익 역시 36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은 없는데, 김동관 부회장의 숙원사업인 미국 태양광 공장 증설 등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됐다. 지난 3년간 집행한 설비투자(CAPEX)만 무려 7조8476억원에 달하며, 그 결과 회사의 실제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2022년 8263억원 적자에서 2025년 2조 6725억원의 적자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결국 감당 불가능한 과잉 투자를 고금리 빚으로 돌려막으면서, 2022년 말 5조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2025년말 현재 무려 13조원(약 12조6259억원) 규모로 폭증했다. 연결 부채비율은 196.3%로 간신히 통상적 마지노선인 200%선을 방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처참하다. 자산 재평가와 회계기준 변경으로 자본을 2조원 가량 불리고, 매년 고금리 이자를 내야 해 사실상 부채인 신종자본증권 7000억원을 자본으로 둔갑시킨 '회계적 착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회사의 총자산 중 이자를 내는 차입금 의존도는 45.2%에 달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난 13조원의 순차입금은 현재 회사 전체 시가총액(6.9조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눈앞의 유동성을 위해 체결한 PRS 계약마저 자산 가치 하락 시 고스란히 현금으로 물어줘야 하는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최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김 부회장은 속도 조절뿐 아니라 리스크를 깊이 고민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키맨 리스크(Keyman Risk)'를 공식 경고하고 나선 결정적 이유다. 나아가 경영진의 이러한 뼈아픈 실패 청구서가 우량 계열사 동원을 넘어, 결국 2조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라는 명목으로 일반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가장 치명적인 본질이다.
'밑 빠진 독 물 붓기' 미래 투자 명분의 실체…이사회의 거수기 행보
여기에 기존 석유화학 사업인 여수 PE 및 석유수지 사업을 여천NCC에 현물출자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설 만큼 다급한 상황임에도, 한국 공장의 탑콘(TOPCon) 전환(4120억원)과 차세대 탠덤(Tandem) 양산 라인 구축(3994억원) 등 9077억원에 달하는 핵심 설비 자금은 온전히 주주배정 증자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더욱 모순적인 부분은 '차세대 설비 자금'으로 포장된 9077억원의 실체다. 회사는 증권신고서에 해당 자금을 '한국 공장 전환' 명목 등으로 기재했으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003억원은 한국이 아닌 미국 조지아주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가동을 위한 미국 종속법인(Hanwha Q CELLS USA, Inc) 자금으로 집행될 예정이다. 2025년 잉여현금흐름(FCF)이 무려 2조6725억원의 처참한 적자를 기록할 만큼 재무가 망가졌음에도, 김동관 부회장 주도의 미국 태양광 사업이라는 밑 빠진 독에 부을 물을 버젓이 주주들에게 청구한 셈이다.
경영진의 과거 투자 실패는 계열사 자본으로 슬그머니 덮으면서, 본인들의 숙원사업을 완성할 자금은 오롯이 주주들의 지갑을 털어 마련하겠다는 속내가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이사회는 3월24일 주주총회에서 유증의 사전 포석인 '발행예정주식 총수 변경' 안건이 통과된 지 불과 이틀 만에, 정관상 보장된 '7일 전 소집 통지' 절차마저 전원 동의를 핑계로 생략한 채 수조원대 유증 안건을 거수기처럼 통과시켰다.
특히 전체 독립이사 4명 중 절반인 2명은 주총에서 갓 선임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신임 이사들로, 이들이 조 단위 자금 조달의 타당성을 제대로 심의나 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주주가치 훼손의 책임에서 한화솔루션 경영진과 이사회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지배력 방어를 '책임경영'으로 포장한 '할인 청약'의 위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최대주주 ㈜한화가 발표한 '120% 청약(약 8439억원 규모)' 선언은 영리하게 포장된 '지배력 방어'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한화솔루션 유증은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4개 공동주관사들이 최종 실권주를 전량 인수하는 잔액인수 계약을 수반하며, 규정상 우리사주조합에 20%가 우선 배정된다.
일반 주주나 우리사주조합에서 대규모 실권이 발생한다고 가정할 때, ㈜한화의 초과청약은 선제적으로 발생하는 실권주가 증권사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우선 포석이다. 증권사들이 실권주를 떠안을 경우, 자신들이 챙기는 인수수수료(총 발행금액의 0.40%)만큼의 여유분을 활용해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할인 투매(오버행)' 폭탄을 던져 주가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사주조합이나 일반 주주들이 포기한 물량을 시가 대비 20%나 할인된 예정발행가(3만3300원)로 선점해 지분율 희석을 완벽하게 방어하겠다는 셈법도 깔려 있다. 결국 ㈜한화는 할인된 가격에 경영권과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를 '책임경영'으로 내세웠다는 뼈아픈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는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보여준 촌극과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김동관 부회장 등 3형제가 지배하는 한화에너지 등 오너 일가 3개 회사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에 사주며 현금을 챙겨준 직후(2025년 3월13일), 불과 일주일 만인 3월20일 부족해진 자금을 메우기 위해 3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주주배정 유증을 기습 발표했다. 이후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주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시장의 거센 비판과 함께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한국거래소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등 전방위적인 제동이 이어졌다.
결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 달도 채 안 된 4월8일 일반 주주 배정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이후 4월18일, 오너 일가 회사들은 자신들이 챙겼던 1조3000억원을 '할인율 없는 시가'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로 다시 돌려놓으며 성난 여론을 수습해야만 했다.
비록 여론의 뭇매와 당국의 압박에 떠밀린 강제적 고통 분담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은 최소화됐고 이후 K-방산 열풍을 타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증자 가격 대비 100% 가량 급등할 수 있었다.
반면 현재 한화솔루션 최대주주 ㈜한화는 '무할인 책임경영'은커녕, 시가 대비 20%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챙기면서 이를 '책임경영'으로 포장하고 있어 시장의 눈초리는 더욱 차가울 수밖에 없다. '진정한 책임경영'이란 20% 할인된 가격표 뒤에 숨어 지배력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실패의 청구서를 스스로 온전히 감당할 때 비로소 증명되는 것이다.
최성남 자본시장부장
최성남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