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칼럼] 개미 빼고 모두가 행복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상태바
[인사이트칼럼] 개미 빼고 모두가 행복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 최성남 인사이트녹경 기자
  • 승인 2025.04.0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는 국내 자본시장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거대한 딜(Deal)에서 웃는 자와 우는 자가 분명히 갈린다. 웃는 자는 한화 오너 일가와 금융권이고, 우는 자는 개인투자자들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을 달성하며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도 2조9677억원에 달했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역대급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은 석연치 않다.

유상증자 결정 한달 전 행보는 의문스럽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계획 발표 전인 2월10일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오션 지분 7.3%를 인수했다. 지분 매각자는 김승연 회장 자제들이 100% 소유한 한화에너지와 계열사 한화임팩트다. 회사는 '방산그룹 시너지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오너 일가로 현금이 흘러간 구조다. 결국 '사업 확장'이라는 명분 아래 회사 유보금은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개편에 먼저 사용하고, 부족해진 사업 자금은 주주들의 주머니로 채우는 형국이 완성됐다.

더욱 아이러니한 상황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약 9800억원을 조달해야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주주인 ㈜한화에 금융권이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는 현상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을 활용한 자금 지원, 담보 조건 완화 등 파격적인 제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 대출이나 회사채 조달 금리의 절반 수준까지 조건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적극적 러브콜의 이유는 명확하다. 올해 대기업들의 '빅딜'이 부재한 상황에서 한화그룹과의 거래는 시장 점유율과 수수료 측면에서 금융권엔 매력적인 기회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권은 한화그룹과의 관계 강화라는 미래 사업 기회를 노리고, 한화 오너 일가는 지배구조 개편의 자금을 융통해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거래가 완성된다.

오너 일가 입장에선 절세 효과까지 가능하다. 김승연 회장의 주식 증여로 세 아들이 내야 하는 증여세는 2218억원 규모인데, 현재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가족회사' 한화에너지가 상장을 완료하면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가능해진다. 총수일가 입장에선 세금 부담을 덜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증여를 완료하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딜의 부담은 누가 지는가? 바로 개인투자자들이다. 주주 배정 유상증자는 표면적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공평하게 신주를 배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다. 대주주인 ㈜한화는 금융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만, 소액주주인 개인투자자들은 특혜 없이 갑작스럽게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자금 여력이 없어 참여하지 못한다면 지분은 희석되고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 확장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과 시기, 그리고 누구를 위한 유상증자인가 하는 점이다. 3조원 가까운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기업이 그중 1조3000억원을 오너 일가와 연관된 거래에 사용한 직후, 마치 사업 자금이 부족한 것처럼 유상증자를 결정한 행태는 주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유증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건 상태다.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의 증자 전후 과정이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품어왔다. 김 회장의 지분 증여 계획 발표에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했지만 거부권이 행사된 상법 개정안을 두고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된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기업과 대주주 이익만을 위한 의사결정이 소액주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는 더 이상 용인되어선 안 된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해 성장하고, 이를 통해 주주들에 부를 분배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증시 사상 최대 금액을 조달하는 현재 상황은 이런 선순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결국 모두가 웃는 이 유증에서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건 개미 뿐이다. 주주 신뢰를 잃은 회사에 미래는 없다는 점을 한화그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성남 자본시장부장

한화그룹 본사 사옥=(주)한화 제공

 

 

 

 

 

최성남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