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매니지먼트 프리즘] 매각설 휩싸인 AI페퍼스 배구단, 모회사 재정+성적 '중과부적'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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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매니지먼트 프리즘] 매각설 휩싸인 AI페퍼스 배구단, 모회사 재정+성적 '중과부적' ①
  • 박한솔 기자
  • 승인 2026.02.09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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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일부 기업 매수 의사, 높은 매각가 발목
악회된 모회사 재정, 최하위권 성적 등 첩첩산중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감독. (사진=연합뉴스)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감독. (사진=연합뉴스)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이른바 '인쿠시 효과'로 여자부 V리그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리그 주요 팀인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이하 AI페퍼스) 매각설을 둘러싸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모회사의 재정 악화는 물론 팀 부진의 장기화 등이 맞물린 탓에 매각설이 수개월 째 이어지고 있지만, 적절한 인수처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프로스포츠 구단 매각은 일반 기업처럼 돈을 받고 넘기면 끝나는 거래가 아니다. 연고지 사용, 리그 승인, 선수·코치 계약, 매년 발생하는 운영 적자 등 인수 직후부터 부담해야 할 조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매각측과 인수측의 '합'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AI페퍼스의 모회사인 페퍼저축은행의 사정도 중요한 변수라는 이야기다.  

한 예로 2011년 대우자동차판매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우리캐피탈이 전북은행에 인수됐지만, 새 모기업이 배구단 인수를 거부하면서 한국배구연맹은 드림식스를 ‘관리구단’ 체제로 전환해 일정 기간 운영비를 직접 지원해야 했다. 

인수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연맹이 비용을 떠안은 이 사례는,매각 단계에서 매각처와 인수처가 일정 부분 희생을 감내하지 않을 경우 매각 자체가 불발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스포츠 구단의 존립 근거가 일정 부분 공적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는 까닭이다. 

최근 AI페퍼스 배구단은 올 초 매각설에 휩싸이면서 배구계의 이목을 모았다. 지난 1월 22일 동아일보 보도(손 떼려는’ 페퍼저축銀, ‘간만 본’ B사…여자부 막내 구단 새 주인 찾기 난항)에 따르면 호남 지역 인사가 설립한 B사가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인수를 검토했으나 가격 부담 등을 이유로 최종 포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와 관련 AI페퍼스 측은 "매각 관련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재무 여력이 제한된 기존 모기업이 인수 초기 비용을 분담할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이후 운영 부담까지 인수자가 전적으로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에 매각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모회사(페퍼저축은행)의 재무 지표는 노란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페퍼저축은행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제44기 3분기(2025년 9월 말)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말 누적 기준 영업손실 506억 원, 순손실 401억 원을 기록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21%로 적자가 이어졌고, 수지비율은 127.46%로 비용이 수익을 웃돌았다.

자본은 유상증자로 보강됐지만(292억 원→322억 원), 같은 기간 대출자산은 오히려 2조4629억원에서 1조9091억원으로 축소됐다. 1년 새 약 5분의 1 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대출에 따른 이자수익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저축은행업 구조 상 영업위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영업 확대로 수익을 키우는 구조가 아니라, 자본 투입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흐름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모기업의 재정 악화와 더불어 AI페퍼스 자체의 성적 부진은 매각 작업을 가로 막는 근본 원인이다. 2021-2022시즌부터 내리 4년 간 최하위(7위)를 기록한 AI페퍼스는 2023년부터 팀 리빌딩을 위해 톱티어 스탯들을 잇따라 영입하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성적은 여전히 기대에 못미친다. 8일 기준 2025-2026 V리그 여자부에서 11승 16패(승점 33점)를 기록하며 6위에 머물고 있다. 1위 한국도로공사와는 승점 22점 차다.

성적 부진이 겹치면서 팬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배구팬은 “지출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많다”며 “박정아, 고예림, 이한비 등 FA 영입을 보면 계약 금액 대비 기여도가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박정아는 2023년 FA 시장에서 페퍼저축은행과 계약기간 3년, 연간 총보수 7억7500만 원에 계약을 맺으며 팀의 간판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연맹 공식 기록(1월 13일 기준)에 따르면 공격 성공률은 26.90%에 그쳤고, 141득점을 기록했으나 주요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 10위 안에는 들지 못했다.

또한 캡틴 고예림은 2024-25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연봉 3억 원에 옵션 7000만 원을 더한 보수 총액 3억7000만 원에 이적했지만, 지난해 12월 17일 IBK기업은행전 이후 팀 훈련 도중 왼손 손가락 골절과 측부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12월 31일 수술을 받았고, 회복까지 약 8주가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비 역시 2023년 FA에서 페퍼저축은행과 3년 총액 10억6000만 원(연봉 8억 원, 옵션 2억6000만 원)에 재계약하며 ‘공수 에이스’ 역할을 기대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 이한비는 리그 초반부터 리시브 효율이 20%대 초반에 머물고 경기당 득점도 두 자릿수 초반 수준에 그치면서 2022-2023시즌(리시브 효율 39.23%)과 2023-2024시즌(27.23%)에 비해 하락 폭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 산업 전문가들은 매각에 앞서 모기업이 나서 구단의 내재가치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선 원광대학교 교수는 서면 질의응답에서 “성적이 장기간 개선되지 않으면 선수단 사기 저하와 인재 유출, 팬 충성도 약화로 인적자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구단은 마케팅 자산이 아니라 조직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현호 아주대학교 교수는 "매각을 하더라도 성적과 브랜드 가치가 낮은 구단을 제값에 인수할 매수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며 "현실적으로는 매각보다 정리나 축소를 논의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구단 매각설과 관련 권소윤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차장은 9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구단 매각과 관련해 현재까지 은행 차원에서 정해지거나 확정된 부분은 전혀 없다”며 “인수자와의 논의 역시 구체적으로 진행된 단계가 아니어서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한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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