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실적 유지, 기아는 성장 가속
판매량 역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온도 차는 분명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관세, 글로벌 인센티브 경쟁, 수요 둔화 등 불안정한 외부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공유했다. 하지만 올해 목표치를 설정하는 방식과 숫자를 제시하는 태도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현대차가 ‘방어와 관리’의 언어를 택했다면, 기아는 ‘확정과 주장’의 숫자를 꺼내 들었다.
현대차는 2025년 연간 기준 매출 186조2545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반면 영업이익은 11조4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다. 특히 4분기 실적이 이번 컨퍼런스콜의 분위기를 좌우했다. 현대차의 2025년 4분기 영업이익은 1조6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9%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3.6%까지 떨어졌다. 연간 기준으로는 6%대 영업이익률을 지켜냈지만, 분기 흐름만 놓고 보면 체력이 한층 약해진 모습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현대차의 올해 전망은 낙관적이다. 2025년 판매 실적(413만8389대) 대비 소폭 증가한 415만8300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가 폭은 약 0.5%에 그친다. 본격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보단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소극적 낙관에 가깝다. 2026년 가이던스에서도 방어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현대차는 매출 성장률 1~2%, 영업이익률 6.3~7.3%를 제시했다. 상단을 열어두되 하단 방어에 초점을 둔 전략이다.
현대차의 컨콜 전반에 깔린 언어도 이를 뒷받침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 ‘탄력적 대응’, ‘유연한 생산 체계'가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동시에 HEV·EREV, SDV, 자율주행·AI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17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강조됐다.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기보다는, 변동성을 관리하며 중장기 체력을 쌓겠다는 선택이다.
반면 기아의 메시지는 훨씬 단정적이다. 기아는 2026년 가이던스로 매출은 7.2% 늘어난 122조3000억원, 영업이익 10조2000억원, 영업이익률 8.3%를 제시했다. 범위도, 조건도 없는 확정형 숫자다. 판매 목표 역시 전년 대비 6.8% 늘어난 335만대를 내걸었다. 불안정한 외부 변수를 인정하지만 목표치를 흐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대비된다. 수익 구조에 대한 내부 가시성이 상당 수준 확보됐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기아는 2025년 연간 영업이익률 8%를 기록했고, 4분기에도 6.6%로 수익성 회복 국면을 확인했다.
기아가 올해 성장을 자신하는 배경에는 공격적인 신차 출시 계획도 있다. 미국 시장에선 텔루라이드와 셀토스를 앞세워 SUV 및 하이브리드 중심 판매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 셀토스는 기아가 인도 시장에 안착할 수 있게 한 주역으로, 신형 셀토스는 기아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에서는 연초 EV2 출시를 통해 EV3, EV4, EV5로 이어지는 대중 전기차 풀라인업을 완성해 유럽 내 EV 리더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번 컨퍼런스콜은 두 회사가 같은 외부 환경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을 넘어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고 미래 먹거리 찾기에 초점을 맞춘 반면, 기아는 아직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았다고 전망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판매 규모에서 현대차가 여전히 앞서 있지만, 올해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 격차가 축소되는 수준을 넘어 기아의 역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현성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