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내면세점 폐업…변화 실패한 중소 면세점 퇴장
대형사는 체험·K컬처로 ‘머무는 공간’ 전환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내 면세업계가 생존과 퇴출의 갈림길에 섰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변화에 실패한 곳은 문을 닫고, 변화를 택한 곳은 ‘쇼핑 공간’의 개념 자체를 바꾸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먼저 변화에 뒤처진 면세점은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울산 유일의 시내면세점이던 울산면세점은 지난 14일 울산세관에 폐업 신고서를 제출하며 13년 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되지 않은 매출, 고환율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주류 공급망 붕괴가 직격탄이 됐다. 온라인 면세 확산으로 가격 경쟁력마저 약화되면서 사실상 버틸 여력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울산면세점은 한때 롯데면세점과의 협업을 통해 주류·시계 등 핵심 품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았지만, 대외 환경 악화와 소비 트렌드 변화는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2019년 상반기 33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2020년 9억원대로 급감했고, 2024년엔 일시적 반등 이후 2025년에 다시 3억원 수준으로 추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과거 판매 방식’에 머문 면세점의 한계로 보고 있다.
반면 대형 면세점들은 ‘팔 곳’이 아닌 ‘머물 곳’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명동본점 1층 ‘스타에비뉴’를 전면 리뉴얼해 K팝·체험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트와이스, 스트레이키즈, 킥플립, 하츠투하츠 등 한류 스타의 핸드프린팅과 대형 미디어월, 게임형 체험존을 전면에 배치해 쇼핑 전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보다 사진을 찍으러 오는 공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같은 변화는 고객층의 이동과 맞닿아 있다. 과거 매출을 떠받치던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은 급감했고, 대신 SNS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유여행객(FIT)이 늘었다. 이들은 면세점보다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같은 로컬 매장을 먼저 찾는다. 면세점이 ‘들를 이유’를 만들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외면받는 구조다.
신세계면세점은 상품 전략을 바꿨다. 명동점에 K푸드·디저트·K팝을 결합한 체험형 공간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를 조성하고, BTS 전용 매장과 국내 인기 디저트 브랜드를 한데 모았다. 동시에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해 K-라이프 유망 브랜드의 해외 판로를 지원하며, 면세점을 ‘수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고강도 구조조정과 함께 AI 기반 뷰티 진단, K-컬처 체험 콘텐츠 등 기술과 경험을 결합한 방향으로 재정비에 나섰다. 얼굴 인식 결제 도입 등 편의 서비스 강화 역시 체류 경험 개선의 일환이다.
업계 전반의 흐름은 분명하다. 매장 수를 줄이고,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대신 콘텐츠·체험·차별화된 브랜드로 승부하는 방향이다. 실제로 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 모두 인천공항 일부 매장에서 철수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며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선회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관광객 수 증가만으로는 면세점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라며 “이제는 왜 면세점에 와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면세점의 폐업과 대형 면세점의 변신은 같은 위기 속에서 갈린 선택의 결과다. 면세업계가 과거의 판매 공식을 버리고 새로운 공간과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생존을 건 탈바꿈의 성패가 가려지고 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