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한 잔 할까요?] 누가 좋아서 ‘뚜벅이’ 생활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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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한 잔 할까요?] 누가 좋아서 ‘뚜벅이’ 생활하겠어요
  • 이현성 기자
  • 승인 2025.12.2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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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가 꿈꿀 수 있는 첫차가 절실하다
20대에 첫차로 구매한 1500만원짜리 현대차 엑센트 / 사진=이현성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매달 1일이 오면 자동차 제조사는 판매 성적을 공개합니다. 벌써 몇 년째 받아 보고 있지만, 엑셀표를 열 때마다 놀라운 게 사실입니다. 다들 어떻게 5000만원 넘는 돈을 턱턱 내고 차를 사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신차 사전 계약 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24년, 신형 팰리세이드의 사전 예약 첫날에 3만대 넘는 계약자가 몰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 오랫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하는 제 현실이 슬펐죠.

딱 10년 전만 하더라도 자동차 가격은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습니다. 당시 저는 첫차를 구매할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어요. 제가 정한 예산은 2000만원 미만. 현대차 투싼과 엑센트를 두고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투싼은 예산을 조금 초과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2000만원으로 투싼을 신차로 구매할 생각을 했냐고요? 2015년 기준 투싼 시작 가격은 2090만원이었습니다. 가장 높은 트림 모델도 261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지금 투싼은 시작 가격이 2805만원입니다. 10년 전보다 무려 34% 올랐죠.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모두 비슷합니다.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10년 전 최고 트림 가격이 오늘날 시작 가격과 비슷합니다.

찻값이 무척이나 오른 요즘 2000만원 미만으로 구매 가능한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경차를 제외하면 현대차는 베뉴(1926만원)가 유일합니다. KGM에는 티볼리(1872만원)가 있습니다. 물론 모두 옵션을 전혀 추가하지 않은 ‘깡통’ 모델만 2000만원 미만으로 구매 가능합니다. 기아와 르노코리아, 쉐보레는 ‘전멸’입니다.

사실 2000만원은커녕 3000만원 미만으로도 신차 구매가 쉽지 않습니다. 욕심 꾹꾹 눌러 차급을 준중형 SUV로 낮춰도 편의 및 안전장비를 추가하다 보면 3500만원은 우습게 뛰어넘습니다. 여기에 취득세, 보험료까지 고려하면 4000만원은 준비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만만한 차는 아반떼뿐이에요. 아반떼가 SUV 전성시대에도 국산차 판매순위 3위에 자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실제로 오늘날 신차 평균 가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620만원이었던 승용차 평균 가격은 2023년 4922만원까지 치달았습니다. 지난해엔 결국 5000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늘어난 수입차 판매량 때문이라고 보긴 무리가 있어요. 현대차도 국내에 판매하는 승용차 평균 가격이 5032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자동차 가격이 상승한 원인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높아진 SUV의 인기가 한몫했습니다. 같은 차급을 놓고 비교할 때 통상 SUV가 세단보다 1000만원 정도 더 비쌉니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프리미엄 모델의 보편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랜저 대신 제네시스 G80을 구매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세로 떠오른 전동화 자동차가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차는 여느 내연기관 모델보다 500만원 이상 비쌉니다. 전기차는 격차가 훨씬 큽니다. 가령 코나 1.6 가솔린 터보 가격은 2409만원부터 시작인 반면, 코나 일렉트릭은 4152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신차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합친 비율은 40%에 달합니다. 신차 평균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죠.

치솟은 자동차 가격은 신차 시장에서 20·30대의 존재감을 지우고 있습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의 승용 신차 등록 대수는 3만304대였습니다. 전체 신차 등록 대수 중 5.4%에 그쳤죠. 지난 2010년(12.1%)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30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 상반기 점유율은 18.8%로, 지난 2016년(25.9%) 대비 7.1%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반면 60대는 신차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습니다. 신차 등록 비중이 2016년 9.6%에서 올 상반기 18.5%까지 급증했기 때문이죠. 70대도 2.8%에서 4.6%로 크게 올랐습니다. 60·70대를 합친 비율은 23.2%에 이릅니다.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 4명 중 1명이 고령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업계는 60대 이상 고령층은 여전히 자동차를 생활 필수품이라고 여기지만, 20·30대에게 자동차는 점점 ‘꼭 가질 필요는 없는 것’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젊은층 사이에서 비싼 돈 주고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가끔 필요할 때 카셰어링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는 말을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20·30대가 나이가 들어서도 자동차를 생활 필수품으로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엔트리 모델. 가격을 낮춰 접근성을 높인 자동차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자동차 세계는 일단 발을 들이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습니다. 일상이 너무나 윤택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오늘날 자동차 시장에는 제대로된 엔트리 모델을 찾아보기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20·30대가 자동차 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엔트리 모델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입니다. 

부디 자동차 제조사가 지금 당장은 수익성 좋은 비싼 차를 팔아 배를 불릴 수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 가난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 세대가 첫차로 꿈꿀 수 있는 아주 멋진 엔트리 모델이 등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네요.

이현성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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