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측정 불응죄 신설
내년 4월 2일부터 시행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오는 2026년 약물운전 처벌이 강화된다. 정부는 향정신성의약품 등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약물운전 처벌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약물 측정 불응죄를 신설했다. 졸음을 유발하는 감기약을 복용하고 운전하는 경우에도 처벌 받을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과로한 때 등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 외에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경우가 해당된다. 그런데 최근 향정신성의약품, 수면 유도제 등 약물을 복용한 운전자의 사고 건수가 늘어나며 약물운전 처벌과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약류 외에 교통사고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약물은 수면제다. 지난 8월 서울대병원·서울의대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면제 처방량은 2010년 약 1050만 건에서 2022년 4240만 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가장 많이 처방된 수면제는 졸피뎀 등 비벤조디아제핀 계열이었다. 벤조디아제핀을 처방받는 경우도 흔하게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자는 2019년 57명에서 2024년 164명으로 늘었고, 약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역시 2019년 2건에서 2024년 23건으로 폭증했다. 경찰은 약물운전을 막기 위해 전국적인 특별단속을 펼쳤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운전은 운전자가 검사를 거부하면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6년 4월 2일부터는 약물운전 단속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약물운전이 의심될 경우 현장에서 즉각 검사를 실시할 수 있고, 측정에 응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는 약물 측정 불응죄가 신설된 까닭이다. 1회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고, 2회 이상 상습 위반 시엔 1~6년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 벌금형에 놓인다.
약물운전 단속은 타액형 간이검사 키트인 오랄톡스(OralTox)로 이뤄진다. 구강 내 타액을 채취해 암페타민, 대마, 코카인, 아편 등 약물 10종 복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수면 유도 및 진정 효과가 있는 벤조디아제핀 역시 검출 가능하다.
이와 함께 약물운전 처벌도 강화된다.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기준이 상향 조정됐다. 더불어 2회 이상 상습 위반자에 대해선 2년 이상 6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3000만원 이하 벌금 등 가중 처벌이 따른다.
약물운전은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가 적용돼 법적 책임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범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 흔히 복용하는 감기약도 약물운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항히스타민제가 포함된 종합감기약은 졸음, 두통, 집중력 저하 등 부작용을 일으켜 운전 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전문가가 아니면 약물 복용 시 운전에 방해되는 성분을 따져 가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지난 9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에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 졸음을 유발하는 약 처방·조제 시 처방전과 약봉투에 적색으로 ‘운전하면 안됨’이라는 문구 삽입을 요청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운전대를 잡기 전 본인 상태를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성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