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화질보다 감성… 이동형 TV를 ‘명품’으로 만든 LG·삼성의 전략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LG전자와 삼성전자 양사에서 올해 신형 이동형 TV를 함께 출시하며 업계 화제가 됐습니다. LG전자는 3월에 스탠바이미2를 내놨고, 삼성전자는 10월 더 무빙스타일을 처음 공개하며 이동형 T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죠. 양사 제품 모두 판매 볼륨은 일반 TV판매에 비해 크지 않지만 젊은 층이 주 타깃인 만큼 온라인에서의 화제성 '화력' 만큼은 최고였습니다.
두 제품에 대한 관심은 소비자들의 '목빠지는 기다림'에 비례합니다. LG전자는 스탠바이미1이 공전의 히트를 치며 비슷한 류 제품의 고유명사가 됐음에도 4년 간 신제품 출시가 없어, '물들어올 때 노 놨다'는 등 소비자들의 애정어린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 삼성전자 버전의 이동식 TV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은 M7 스마트 모니터에 스탠드를 붙여 '삼텐바이미'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후 삼성전자가 '무빙스타일'이라는 스탠드형 스마트 TV를 아예 제품으로 출시했지만 무선이 아니라 유선이었죠. 이번에 나온 더 무빙스타일은 무선이라는 점에서 '찐 삼텐바이미'로 불립니다. 이제는 애칭이 아니라 정식 모델명으로 불러야겠지만요.
이렇게 몇 년을 고대하던 제품들이지만 품질면에서는 '아쉽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스탠바이미2와 더 무빙스타일 두 제품 모두 화질이 QHD로 출시됐는데요. 가격이 저렴하면 모를까 100만원이 훌쩍넘는 27인치 TV가 QHD라니, 유튜브 영상도 4K가 흔한 2025년형 제품으로는 스펙이 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이렇다보니 '찐' IT유저들은 무선 이동형 TV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4K 스마트 TV에 스탠드를 붙여 최상급 스피커를 달아도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무빙스타일(유선)은 50인치 4K 모델이 80만원으로, 신형 더 무빙스타일의 절반 가격입니다. 무선이라는 편의성과 감성이 그만한 대가와 맞먹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소비자마다 의견이 극명히 갈립니다.
업계에서는 제조사의 상품 전략 측면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분석합니다. 스탠바이미나 더 무빙스타일 모두 핵심은 '포터블'입니다. 간편하게 스탠드에서 분리해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어야 하는데 4K로 만들면 전력소모가 심해 배터리와 발열 컨트롤 모듈이 커지면서 두께와 무게 모두 늘어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상품성의 핵심인 '모던한 디자인'이 훼손됩니다.
이처럼 화소는 기술적 문제가 있으니, 소비자의 취향 차이로 이슈가 갈무리됩니다. 하지만 OLED가 적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아쉬움이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같은 QHD 화질이어도 LCD가 아닌 OLED를 적용하면 빛번짐이 없어 텍스쳐가 더 또렷하게 표현돼고 명암 깊이감도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한해선 OLED 명가인 LG전자에 소비자들이 조금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스탠바이미는 주사율이 낮아 게임보다는 영상 감상용으로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OLED 역시 작품의 색감을 더 또렷히 표현하는데에 강점이 있습니다.
OLED 적용은 화소를 높이는 문제와는 달리 기술적 장벽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소비자들을 달래기 위한 논리도 다소 빈약해보입니다. OLED를 적용한다고 해서 전력이나 발열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의 만듦새에 영향을 미치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박우상 인하대학교 명예교수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전력이나 발열 면에서 OLED와 LCD 중 어느것이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밝은 화면에서는 LCD가, 어두운 화면에서는 OLED가 전력을 더 적게 쓰기 때문에 전체 사용시간으로 봤을땐 거의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스탠바이미나 더 무빙스타일이 지금과 같은 스펙으로 출시된 것은 기술 문제보단 원가 조정 등 상품 기획의 결과라는 해석에 힘이 쏠립니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동형 TV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소품종 소량 생산이라 가격 다운이 어렵다"며 "지금은 LG와 삼성 모두 조금 만들어 비싸게 파는 이른바 '프리미엄 전략'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사 모두 이동형 TV에 OLED 적용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결론을 낸 상태"라며 "이제는 경쟁구도가 만들어진 만큼 화질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안이 내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일반 TV와 달리 이동식 TV는 태블릿처럼 상단에 고정된 배젤이 있는 화면 구동이 많고, TV를 안 볼때도 같은 화면을 계속 노출시켜 액자처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OLED는 번인(burn-in)현상이 있어서 이렇게 고정적인 화면에 취약한데 LG OLED는 이 번인현상을 잡는 기술이 삼성보다 더 발달해 있기 때문에 이동식 TV가 OLED로 출시된다면 LG가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LG나 삼성이나 앞으로 이동식 TV에 화질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는 것은 당분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스펙으로도 시장 반응이 뜨겁기 때문입니다.
스탠바이미2는 출시되자마자 라이브 방송 물량 1000대가 30분만에 품절됐고 출시후 1~2달이 지난 시점까지 온라인몰에서 품절로 인해 소비자들이 대기하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서울 소재 LG 베스트샵 직원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도 스탠바이미2는 매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제품 중 하나"라고 합니다.
더 무빙스타일은 폭발력이 스탠바이미2에는 못 미치지만 제품 고유의 특장점이 있어 니즈가 명확하다는 평가입니다. 더 무빙스타일은 주사율이 120Hz로 스탠바이미 대비 2배 높은데, 게임과 스마트폰 미러링에 최적화 돼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때문에 홍대와 강남 등 젊은 층이 몰린 지역에서 유난히 수요가 많다는 전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삼성전자의 이동식 TV는 지금 사치품이다. 회사에서 디자인에 유독 신경을 쓰고 컨셉샷도 캠핑장, 파티룸 등의 공간을 배경으로 잡아 감성 마케팅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며 "사실 품질만 놓고 봤을 때는 저렴한 대체품이 얼마든지 많지만 LG와 삼성의 이동형 TV는 애초에 '명품' 포지셔닝으로 나온 제품이고, 현재 젊은 층 사이에서 잘 먹히는 컨셉"이라고 국내 시장의 동향을 설명했습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