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브랜드 앞에 무너지는 지역 자영업 생태계
ESG ‘상생’은 어디에 있는가?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대형 프랜차이즈의 출점 전략을 둘러싸고 지역 상권 침탈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상권 형성이 이미 완료된 골목 상권에 의도적으로 출점해 기존 자영업자의 영업 기반을 흡수하는 방식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 프랜차이즈 운영사를 방문한 기자는 해당 회사 회장으로부터 의미심장한 발언을 들었다.
그는 “요즘 프랜차이즈들은 일부러 장사가 잘되는 골목 가게를 찾아 그 바로 옆에 매장을 연다”며 “이미 잘된다는 게 증명된 상권이기 때문에 자금력과 마케팅,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면 상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상권을 직접 키우기보다, 개인 자영업자가 수년간 형성한 영업 기반과 고객층을 사실상 ‘무임승차’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공짜 영업권’ 확보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도심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 중소도시와 주거 밀집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방에 거주하는 A씨는 “동네에서 오래 장사하며 단골이 많던 개인 카페가 있었는데, 바로 옆에 메가커피가 들어오면서 손님이 급감해 결국 문을 닫았다”며 “가격 경쟁과 브랜드 인지도를 개인이 감당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제 프랜차이즈 본사는 저가 전략,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반면, 개인 자영업자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경쟁에 노출된다.
한편 이 같은 출점 방식은 ESG 중에서도 특히 ‘사회(S)’ 영역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 지역 소상공인의 생존권 위협 ▲ 지역 상권의 다양성 붕괴 ▲ 자본력에 의한 시장 왜곡 ▲ 장기적으로는 골목상권 공동화 가능성 등이다.
ESG 경영은 단순한 기부나 친환경 포장에 그치지 않고, 기업 활동이 지역사회와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개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무차별적 출점은 단기 매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지역 생태계를 훼손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이러한 출점 전략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기는 쉽지 않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관계를 규율할 뿐, 인근 개인 자영업자 보호까지는 범위가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역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이 입증되지 않는 한, 개별 출점을 불공정 행위로 보기 어렵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상권영향평가제나 골목상권 보호 조례도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ESG 경영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잘되는 집을 ‘죽이러 가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잘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