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건진 의혹 수사 차원” 선 그었지만…연결된 사안 다수
코바나 후원에서 관저·대통령실 설계까지…논란의 출발점
윤석열 정부 이후 관급 수주 1800억…이전 대비 3배 증가
세운4구역 설계비 353억→520억…“용역 변경” 설명에도 논쟁 지속
가덕도신공항 설계 수주했지만 착공 지연…사업 불확실성 여전
세무조사 무마 의혹도 미완…국세청 “특검 수사 지켜볼 것”
자산 약 2000억 상장사…감사 1인 체제 8년째 유지
숫자로 확인된 실적 둔화…영업이익률 6.3%→3.0%
해명 요구에 “확인해보겠다”…희림, 공식 입장 없이 시간 경과
남은 쟁점은 위법성 이전의 설명 책임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 건진법사 수사에서 ‘희림’ 포착…ODA 청탁 의혹의 매개로 등장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1일 희림종합건축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등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 씨와 통일교 고위 간부 간 문자메시지에 “다녀와서 희림 대표도 같이 한 번 보자”는 문구가 등장한 점을 주요 단서로 삼고 있다.
특검은 이 청탁이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 위해 희림 사무실과 함께 기획재정부·외교부·수출입은행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정부는 2022년 6월 캄보디아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한도를 7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증액했다.
■ 특검 “건진 의혹 수사 차원” 선 그었지만…연결된 사안 다수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이 건진법사 관련 청탁 의혹에 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희림이 김 여사 관련 의혹 수사 범위에 포함된 다른 사안들과도 맞물려 있어,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사실 확인이 이뤄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코바나 후원에서 관저·대통령실 설계까지…논란의 출발점
희림은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의 주요 후원사였다. 2015년 마크 로스코전, 2016년 르 코르뷔지에전,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 등에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저 리모델링 과정에서 설계·감리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하며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 윤석열 정부 이후 관급 수주 1800억…이전 대비 3배 증가
희림은 2022년 5월 이후 2년 4개월 동안 약 1800억 원 규모의 관급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윤 대통령 취임 전 3년여 동안 체결한 관급 계약 금액의 3배를 넘는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설계용역과 서울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건축설계 용역이 대표적이다.
■ 세운4구역 설계비 353억→520억…“용역 변경” 설명에도 논쟁 지속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사업은 520억 원 규모의 설계 용역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시와 SH공사는 “2004년 국제지명현상설계에서 2등으로 당선된 희림이 계약을 승계해온 구조”이며 “2024년 체결된 계약은 신규 수의계약이 아닌 용역 변경”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용적률과 규모가 대폭 바뀐 점을 들어 “사실상 새로운 사업임에도 공개 경쟁 없이 특정 설계단에 대형 용역을 몰아줬다”고 반박하고 있다.
■ 가덕도신공항 설계 수주했지만 착공 지연…사업 불확실성 여전
희림이 설계를 맡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사업도 조성공사 단계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시공 참여 기업 일부가 중대재해 논란으로 공사 참여에 제약을 받으면서 착공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 세무조사 무마 의혹도 미완…국세청 “특검 수사 지켜볼 것”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정부 초대 국세청장이었던 김창기 전 청장이 희림 측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세청은 희림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제로 진행됐음을 인정했지만, 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특검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이어서 자체 감사는 하지 않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산 약 2000억 상장사…감사 1인 체제 8년째 유지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희림의 자산총액은 최근 분기 기준 약 2000억 원이다. 상근감사 1인 체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만, 희림은 동일 감사가 2017년 선임된 이후 정기 주총에서 정족수 미달로 재선임에 실패한 상태에서도 8년 넘게 ‘계속직무’로 재직 중이다.
감사 교육은 실시하지 않았고, 감사 지원 조직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 숫자로 확인된 실적 둔화…영업이익률 6.3%→3.0%
희림의 연결 기준 2024년 매출은 2410억 원, 영업이익은 153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6.34%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5년 1~9월 누적 매출은 17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2억 원으로 46%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3.0% 수준까지 낮아졌다.
■ 해명 요구에 “확인해보겠다”…희림, 공식 입장 없이 시간 경과
본지는 이번 특검 압수수색과 세무조사 의혹, 세운4구역·가덕도신공항 사업 진행 상황 등에 대한 희림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로 연락도 시도하고 찾아가보았다. 그러나 회사 측은 “담당자를 알아보겠다”는 답변만 했을 뿐, 기사 마감 시점까지 구체적인 설명이나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 남은 쟁점은 위법성 이전의 설명 책임
현재까지 희림과 관련된 사안 중 사법적으로 결론이 난 것은 없다. 다만 특검 수사,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 시민단체 문제 제기, 그리고 감사보고서에 드러난 숫자들은 공통의 질문을 남긴다.
절차가 적법했다면, 왜 의혹은 설명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는가.
특검 수사가 이 질문에 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