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삼성·NH증권은 중소형 딜로 저변 확대
한투는 IB본부 축소와 대형 딜 부재로 순위 2위→7위 하락
내년 규제 완화·대어급 상장 대기...IPO 판도 '격변' 예고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업계에서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을 두고 "KB증권의 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4조4000억원 규모로 회복한 공모 시장에서 KB증권이 대형 딜을 사실상 싹쓸이하며 경쟁사와 격차를 크게 벌렸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조직 축소 여파 속에 중위권으로 밀려났고, NH·미래에셋·삼성증권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존재감을 유지했다. 내년에는 규제 완화와 대어급 상장 러시가 예고되면서, 올해와는 전혀 다른 판짜기가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녹색경제신문이 올해 신규 상장했거나 연내 상장을 완료할 75개 IPO를 전수 조사한 결과(스팩·리츠·공모펀드 제외), 총공모액은 4조4024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18% 증가한 규모다.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하며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가 회복된 가운데, 주춤했던 대형 딜이 다시 추진되며 시장 체력이 되살아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은 통상 증시 흐름을 뒤따르는 후행적 성격이 강하다"며 "지난해 상장 시장이 부진했지만, 올해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신규 상장 수요도 빠르게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곳은 단연 KB증권이다. KB증권은 올해 공모금액 2조642억원·주관 10건이라는 압도적 실적으로 1위에 올랐다. LG CNS(1조1995억원), 대한조선(5000억원), 명인제약(1972억원) 등 굵직한 딜을 연달아 맡으며 올해 시장 흐름을 압도적으로 주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딜 경쟁력에서 우위를 이어 갔다는 점도 특징이다.
KB증권 관계자는 "2022년, 2024년, 2025년, 단기간에 세 차례 나 IPO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이례적인 사례"라며 "대형 IPO를 통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성장기업의 스토리를 투자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시장 다양성과 저변 확대에 기여했고, 빅딜과 성장기업 IPO를 모두 성공시킨 균형 전략은 시장의 부침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성장 기반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9636억원·14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NH투자증권은 원일티엔아이(162억원)·엔알비(441억원)·비츠로넥스텍(304억원) 등 여러 건 IPO를 고르게 소화하며 꾸준한 흐름을 이어갔다.
미래에셋증권은 8260억원·16건으로 '건수 기준'에서는 가장 활발했다. 대진첨단소재(270억원)·인투셀(255억원) 등 코스닥 다건 딜에 집중하며 저변을 넓혔고, 서울보증보험(1815억원, 삼성증권과 대표주관)·달바글로벌(434억원) 등 코스피 중형 딜로 몸집도 키웠다.
삼성증권도 6742억원·11건으로 4위를 차지하며 중상위권을 형성했다. 삼성증권은 와이즈넛(153억원)·파아이이(180억원)·엠디바이스(105억원) 등 AI 기업 비중이 높았다.
중견사 가운데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신한투자증권은 2861억원·6건으로 중형급 딜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며 KB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 다음 5위를 차지했다. 대신증권(2036억원·8건)과 신영증권(917억원·4건)도 꾸준한 주관 실적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유지했다. 키움증권은 큐리오시스(264억원)·도우인시스(448억원) 등 일부 딜을 맡았지만, 전체 순위에서는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머물렀다.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이었다. 지난해(8739억원·17건)만 해도 KB증권과 '2강 체제'를 이뤘던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976억원·7건, 2위에서 7위로 내려앉았다. 아이지넷(140억원)·더즌(225억원)·에이유브랜즈(320억원) 등 개별 흥행 종목은 있었지만, IB본부 축소와 대형 딜 부재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에는 규제 완화와 대어급 IPO가 한꺼번에 맞물리며 '춘추전국식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내년 IPO 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가 제도 완화다. 수요예측 위반 시 최대 24개월 제재가 부과되던 기존 규제가 완화돼, 부가 요건 위반의 경우 제재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된다. 내부통제 오류나 배정 절차 실수도 '중과실' 범주에서 제외되고, 의무보유확약 위반도 사후 수습 범위가 넓어지는 등 주관사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SK에코플랜트(NH), 케이뱅크(NH·삼성), 무신사(한투·KB), 구다이글로벌(미정) 등 굵직한 대어들이 상장을 준비 중이다. 특히 케이뱅크·무신사는 조 단위 공모가 예상돼 상위권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IPO 시장의 선행 지표로 평가되는 주식시장 전망도 내년 상장 환경을 긍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코스피 5000, 코스닥 1000 돌파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강세장을 에상하고 있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KB증권으로, '밸류에이션 재평가',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 강세장 시나리오 기준 코스피 최고치를 7500까지 제시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본부장은 "현재는 저달러·저유가·저금리로 대표되는 '3저 호황기'였던 1980년대와 비슷한 구조"라며 "강세장 지속 시 코스피 7500 도달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