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PU 관련 긴밀한 협업…“구글 팀 삼성 상주, 협업”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AI 가속기 시장이 GPU 중심 구조에서 ASIC(주문형 반도체, 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로 빠르게 확장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 전략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가 자체 AI 칩 개발을 확대하며 기존 엔비디아 중심 수요 체제가 다변화되는 데 따른 현상이다.
8일 IB업계에 따르면 ASIC 기반 AI 칩 확산이 HBM 수요 다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증권은 “빅테크의 2025년 AI CapEx(설비투자)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ASIC 진영의 하이엔드 HBM 채용량 증가가 동반되며 엔비디아뿐 아니라 ASIC으로 고객 다변화가 가속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빅테크 중심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며 올해 HBM 출하량이 전년대비 94% 증가한 237억Gb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 수요 비중은 엔비디아가 약 68%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10% 안팎에 불과했던 ASIC 기반 HBM 수요가 향후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AI 가속기 시장은 엔비디아·AMD 등 GPU 중심으로 형성돼 왔으며, HBM 역시 사실상 GPU 출하 물량 및 일정에 연동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하이퍼스케일러가 자체 모델에 최적화된 ASIC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HBM 수요의 축이 단일 고객사에서 복수 고객군으로 이동하는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역시 이러한 거대한 흐름을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GPU 기반 HBM 수요가 전년 대비 23%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ASIC 기반 수요는 82% 급증했다”며 “내년 전체 시장의 약 33%를 ASIC 수요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등 D램 공급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는 그동안 엔비디아 중심으로 제품생산 능력을 설계해 왔지만, ASIC 기반 수요가 빠르게 부상하면서 고객 캐파 배분 전략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서다.
특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업 진전 속도를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브로드컴을 통해 구글 TPU(텐서처리장치) 공급망에 밀착하며 협업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구글 측 엔지니어링이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등지에 상주하며, 현지 R&D 인력과 TPU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걸로 파악된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글은 지난 1년여 간 삼성전자와 차세대 TPU(Tensor Processing Unit) 개발을 위한 공동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며 “구글 쪽 엔지니어링 팀이 삼성 라인에 상주하며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최근 일부 매체가 보도한 혹 탄 브로드컴 CEO 방한 및 삼성과의 HBM4 공급 계약 체결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혹 탄 CEO의 방한 일정도 없었고, HBM4 퀄(품질인증)이 최종 승인됐다는 주장 역시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구글 TPU 이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과도한 해석이 더해져 발생한 해프닝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엔비디아 중심의 GPU 생태계가 구글이 주도하는 TPU로 이원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셈법이 복잡해 졌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공급 비중 변화와 관련한 시장 기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퀄 승인과 실제 수주가 확정돼야 공급 전략이나 비중을 언급할 수 있다”며 “증권사마다 추정치가 달라 특정 점유율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유의미한 이벤트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 역시 “고객사 물량 배분이나 점유율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며 “각 고객사와 협의를 통해 수익성 중심의 공급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슬예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