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입법 D-2, 부처는 싸우는데…신한·농협·하나 '누가 선점?' 벌써 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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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입법 D-2, 부처는 싸우는데…신한·농협·하나 '누가 선점?' 벌써 판 짠다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12.08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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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 주체 은행 제한 vs 핀테크 개방 이견 지속…은행 참여 시 은행법 15% 상한 해법도 오리무중
- 금융위-한은, 감독권한 놓고 주도권 다툼…은행권 "제도 확정 때까지 관망하되 준비는 계속"
- 제도 불확실성 속에서도 신한·농협·하나는 결제·송금·인프라 중심 제휴 및 준비 작업 진행 중
한국은행.
한국은행.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이 이틀 앞(10일)으로 다가온 정부안 제출 마감을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할지 핀테크 기업에도 열어줄지를 놓고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기획재정부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데다, 은행 참여 시 은행법상 비금융사 지분 15% 상한 문제 해소 방안도 오리무중이어서다. 이런 가운데서도 신한은행은 소비자 결제망, 농협은행은 해외송금망, 하나금융은 그룹 인프라망을 중심으로 법 통과 이후 시장 선점을 겨냥한 전략 포지셔닝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당이 금융위원회에 못 박은 이달 10일 정부안 제출 마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부처 간 합의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10일까지 정부안 윤곽이 나오지 않으면 11일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도 실질적 진전 없이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는데, 이번 주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핵심 쟁점은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제한할지 핀테크 등 비은행권에도 열어줄지 여부와, 은행이 참여할 경우 은행법상 비금융사 지분 15% 상한을 어떻게 풀 것인지로 압축되며,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변수가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발행 주체를 둘러싼 부처 간 이견의 핵심은 안정성과 혁신성 사이의 줄다리기다. 한국은행은 민간 발행 전면 허용 시 통화정책 독립성과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은행 중심 발행 모델을 선호하는 반면, 금융위원회와 민주당 일각에서는 핀테크 등 비은행권 진입을 제한하면 혁신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은행 중심 컨소시엄 모델로 가더라도 은행법 제37조가 걸림돌이 된다. 이 조항은 금산분리를 위해 은행의 비금융회사 의결권 보유를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발행사가 비금융 법인일 경우 개별 은행이 최대 15%씩만 출자할 수 있다. 과반 지분을 확보하려면 최소 4개 은행이 손잡아야 하는 셈인데, 이 경우 각 은행의 의사결정권이 제한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발행사를 금융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지만, 금융상품 규정 적용에 따른 부담과 금산분리 원칙 훼손 논란 등 법리적 난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분 구조와 함께 감독 권한을 둘러싼 금융위-한국은행 간 견해 차이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이 통화정책 파급 경로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긴급조치명령 요청권과 현장 검사 권한 등을 요구하는 반면, 금융위는 디지털자산 규율 체계가 자신의 고유 소관이라는 점을 들어 감독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권으로서는 발행 주체 지위, 감독기관 권한 범위, 은행법 예외 규정 여부에 따라 자기자본 규제와 내부통제 비용, 사업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제도 윤곽이 확정될 때까지는 관망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부 부처 간 조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은행권은 제도 시행 이후를 대비한 준비 작업을 이미 가동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체 배달 플랫폼 땡겨요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연동 방안을 검토 중이며, 롯데그룹과는 엘포인트 등 가맹점 네트워크를 활용한 상용화 테스트(PoC)를 진행하면서 소매 결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글로벌 결제 인프라 기업 파티오르와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실증을 국내 최초로 마친 데 이어, 싱가포르 방문 외국인의 부가세 환급 절차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하는 디지털 환급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면서 해외송금·관광 결제 영역으로 발을 넓히는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주 차원에서 디지털자산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반 외환·국제 송금 혁신 협약을 맺는 등 발행·유통·준비금 관리를 아우르는 그룹 통합 인프라 구축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발행 주체 결정 방식과 은행법 예외 규정, 감독체계 설계 방향에 따라 은행들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전략이 갈라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각 은행이 소비자 결제망, 해외송금·관광 결제, 그룹 통합 인프라 등 서로 다른 강점을 앞세워 선제적으로 실증과 제휴를 늘리는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의식한 움직임이란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1일 이후 법과 감독 틀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지금 준비하는 판 자체가 바뀔 수 있어, 당장은 앞서 나가기보다 여러 선택지를 시험해 두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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