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 "외부 후보 본인 의사 반영" 해명…이찬진 원장 "연임 위해 이사회 참호 구축" 경고
- 임종룡 회장 M&A·순이익 2조7964억원 성과에도 '사외이사 교체로 참호' 지적…연내 최종 후보 선정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정 절차가 외부 후보 비공개 방침을 두고 '들러리 논란'에 휩싸였다. 2년 전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포함한 외부 후보 3명을 모두 실명으로 공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 방침을 택하면서다.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회장 인선의 투명성 문제를 지적한 직후라는 점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례와 다른 행보다. 2023년 1차 후보군 발표 당시 우리금융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외부 3명을 모두 실명으로 공개했다. 2차 후보군 4명도 전원 공개했고, 당시 임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자 우리금융 노조가 낙하산 인사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시장 검증이 이뤄졌다. 이번엔 외부 후보 2명의 신원을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부 후보들이 본인의 정보를 노출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해 그 뜻을 반영한 결정"이라며 "다른 금융지주에서도 외부 후보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사례가 있어 우리만의 특이한 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사전에 외부 후보에게 경영 현황 자료를 제공하고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등 내·외부 후보 간 형평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들러리 논란과 관련해서는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별도로 말씀드릴 공식 입장은 없다"고 했다.
이번 비공개 방침은 금융당국의 경고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 이사회가 사회적 공공성을 요구받는 조직임에도 균형 있게 구성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하는 것이 문제"라며 "특정 경영인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고 실질적 경쟁이 되지 않는 후보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달 중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예정이다.
임종룡 회장은 첫 임기 동안 가시적 성과를 냈다. 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7964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간 계파 갈등을 직접 설득해 동우회를 26년 만에 통합하며 조직 내 소모적 대립을 줄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임 회장 취임 이후 사외이사 상당수가 새로 합류하고 과점주주 추천 이사의 비중이 줄면서 이사회 내 '참호'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과점주주들이 이사회에 참가하면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현재 구조는 임 회장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재편됐다는 해석이다.
이강행 우리금융 임추위 위원장은 지난 2일 공식 발표에서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충실히 반영한 경영승계 규정 및 승계계획에 따라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절차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외부 후보군을 대상으로는 그룹 경영 현황 자료 제공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등 사전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해 외부 후보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내·외부 후보 간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선정된 4명을 대상으로 약 한 달 동안 복수의 외부 전문가 면접, 후보자별 경영계획 발표, 심층 면접 등 검증 절차를 거쳐 차기 회장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면접과 표결은 연내 이뤄지며, 임추위에서 선정한 인사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내년 3월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차기 회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첫 임기 동안 임 회장이 주요 성과를 쌓은 만큼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연내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외부 후보가 정말 경쟁했는지', '절차가 투명했는지'가 다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