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 과점 구조 공고…해외 거래소 시장 확대 쉽지 않아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바이빗이 각각 고팍스와 코빗 인수를 추진하며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시장 지형을 흔들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 대형 플랫폼의 브랜드 파워에도 불구하고, 국내 고유의 규제·시장 구조·이용자 환경이 강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이미 고팍스 지분을 확보하며 국내 재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당국 승인 절차가 지연되며 오랜 기간 공백이 있었으나, 최근 일부 규제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공식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바이빗 또한 국내 1세대 거래소인 코빗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거래소가 기존 국내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은 직접 진출보다 규제 부담이 적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인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 판도를 바꾸기에는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 가장 큰 요인은 파생상품 제공 불가다. 바이낸스와 바이빗의 핵심 경쟁력은 선물·옵션·무기한계약 등 파생상품인데, 한국에서는 관련 서비스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국내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는 순간 이들의 주력 상품군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며, 글로벌 플랫폼이 가진 수익모델 대부분이 무력화된다.
국내 시장의 강력한 과점 구조도 외국계 플랫폼의 약점으로 작용한다. 업비트가 현물 거래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며, 빗썸까지 포함하면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하다. 원화마켓 중심의 거래 편의성과 이용자들의 높은 충성도를 고려하면 신규 플랫폼이 단기간 내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원화마켓 운영을 위한 필수 요건인 실명계좌 확보 역시 난관이다. 해외 거래소가 고팍스·코빗을 인수한다고 해도 은행권이 새로운 대주주와 실명계좌 제휴를 유지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금융사고·자금세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국내 은행이 해외 플랫폼과 제휴를 확대할 유인은 크지 않다.
이용자 성향 역시 해외 거래소의 강점과 맞지 않는다. 한국은 원화 기반의 직관적 현물 거래와 빠른 신규 상장에 대한 수요가 강한 시장이다. 반면 바이낸스·바이빗은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레버리지 상품에 특화돼 있어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규제 불확실성 또한 부담이다. 바이낸스와 바이빗은 최근 일본·유럽·중동 등 규제 명확성이 높은 지역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하며 제도권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처럼 감독 기조 변화가 빠르고 규제 해석이 유동적인 시장은 글로벌 본사 입장에서 중장기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낮다.
이미 상당수 국내 이용자가 VPN 등을 통해 해외 거래소의 파생상품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진입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소다. 글로벌 플랫폼 입장에서는 별도의 한국 법인 설립 없이도 일정 수준의 사용자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브랜드 신뢰도 문제도 있다. 바이낸스는 미국 규제 당국과의 장기 분쟁으로 기업 리스크가 노출돼 있으며, 바이빗 역시 규제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러한 배경은 국내 금융기관과의 협력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결국 사업 확장의 속도를 제한할 수 있다.
종합하면, 해외 대형 거래소가 고팍스·코빗 인수를 통해 공식적으로 한국 시장에 복귀하더라도 시장 판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파생상품 금지, 과점 구조, 금융 인프라, 규제 불확실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해외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