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에는 금감원 노조 피켓 시위도 벌여... "소비자 보호 오히려 약화"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금융감독원 실무직원 1539명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신설안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금감원 내에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가 있는 현행 통합 감독체계 유지가 소비자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21일 금감원 실무직원 1539명은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와 관련하여 드리는 금융감독원 실무직원 호소문'을 발표해 이와 같은 주장을 표명했다. 해당 호소문은 금감원 내 총 73개 부서 소속 직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휴가자와 파견자 등을 제외한 부서장(국장급) 이하 직원 대부분의 의사를 물어 99.1%의 찬성률을 얻어 작성됐다.
호소문에서 실무진은 "진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소처 분리를 반대한다"라며 "금소처 분리는 건전성·영업행위 감독, 검사와 금융소비자 보호 간의 협업을 약화하고 감독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금융상품의 제조·판매·계약내용 준수 등을 감독하고 검사하는 행위 또한 모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실무진은 "최근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등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 시 현업 감독·검사 부서와 금소처 부서간 협업을 했기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피해 구제가 가능했다"라며 "금소원에서는 지금과 같은 통합적인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금감원 노동조합은 국정기획위원회 청사 앞에서 금융소비자보호 기능 분리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여 금소처 분리가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목표에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독 체계의 비효율과 책임 분산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가 분쟁 조정과 민원 처리 등만 하는 조직을 두려워하겠느냐"라며 "신설 소비자보호 기구가 금융사에 분쟁과 관련한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더라도 여기에 응할 유인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전문성과 사기 저하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호소문에서 실무진은 "금소처 직원들은 감독·검사·조사 부서에서 습득한 업무 전문성을 분쟁조정과 민원처리 등 소비자 보호에 활용한다"라며 "금소원이 설립되면 업무협업과 인적교류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소처는 현재 금감원 내에서 순환 근무하며 감독·검사 등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지만, 분리 이후에는 민원 처리 전담조직으로 변질돼 인재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금소처에서는 전문 자격증 등을 보유한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사직을 고려하는 대규모 이탈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금소원 설립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유발한다고도 강조했다. 실무진은 "민원과 분쟁은 '금융소비자보호법' 뿐만 아니라 '은행법', '보험업법', '자본시장법' 등 다양한 법령이 적용돼 금소원 분리시 소관기관이 모호해져 책임소재 시비가 생길 수 있다"라며 "이 때문에 여러 금융 선진국에서 통합금융감독기관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실무진은 분리를 반대하는 것이 '조직 이기주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무진은 "조직이 신설되면 소위 승진 자리가 늘어나 직원 입장에서 더 좋을 수도 있어 반겨야 할 사항이다"라며 "그럼에도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진정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했다.
유자인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