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 공동의장 등 '형식 분리'도...지배주주 개선 실효성 의문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를 권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 증권사에서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표-의장 분리를 이뤘더라도 사내이사 체제로 유지되는 증권사도 있어 지배구조 개선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0일 <녹색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증권사 26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12곳은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거나,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 '사내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자산 5조원 이상 금융투자회사에 대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달 3일부터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책무구조도'도 정식 도입됐다. 경영과 감시 기능의 충돌을 방지하고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자산 5조원에 미달하는 증권사의 경우 지난 1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증권(1조4886억원), 상상인증권(1조6685억원), 케이프투자증권(3조5768억원) 등으로 사실상 전 증권사가 해당된다.
금감원은 "대표와 이사회 이장 겸직이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지되는 것은 아니나,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원활히 작동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조로 전환했다. KB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말 대표이사가 의장직에서 물러났으며,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BNK투자증권, SK증권 등도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금감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신한투자증권(이선훈 대표이사), 한화투자증권(한두희 대표이사), 현대차증권(배형근 대표이사), IBK투자증권(서정학 대표이사), DB증권(곽봉석 대표이사), 유진투자증권(유창수 대표이사), 부국증권(박현철 대표이사), 한양증권(김병철 대표이사) 등 8곳은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DB증권, 유진투자증권은 “검토한 바 없다”거나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신한·현대차·IBK투자증권에는 분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형식적 분리’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의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분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최근 오너 2세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키움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가 이현 키움증권 부회장과 함께 공동의장으로 올랐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책무를 부여함으로서 책무구조 실행에 맞춰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신영증권도 대표직에서는 물러난 원종석 전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나, 전직 대표는 사외이사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겸직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