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노조 "정책·감독 분리 찬성하지만 금소처 외부 분리는 반대"
- 홍성국 전 의원 금감원장 유력 후보…개편 설계 참여로 이해충돌 논란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분리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둘러싸고 금융권이 찬반으로 갈리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정책·감독 분리에는 찬성하면서도 소비자보호 기능의 외부 분리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모양새다.
지난 4일 금감원 노조는 성명을 통해 "현 감독체계는 정책과 감독기능이 금융위원회에 집중돼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구조"라며 "저축은행·동양금융·사모펀드·ELS 불완전판매 사태 등 반복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소처를 외부로 분리하기보다는 금감원 내부에서 기능의 독립성과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외부기구 신설은 중복 규제와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마련한 개편안은 현재 금융 거버넌스를 전면 재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핵심은 금융위원회를 사실상 해체하고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와 통합해 재정경제부로 재편하는 것이다. 동시에 기획재정부는 예산 담당 기획예산처와 금융정책 전담 재정경제부로 분리될 예정이다.
감독 조직 역시 대폭 개편된다.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 기능과 금융감독원을 통합해 새로운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출범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 신설 이전까지 운영되던 형태로,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을 동일 인물이 겸직하는 구조다. 여기에 금감원 내 금소처를 분리해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면 기존 금융위·금감원 체제가 재정경제부·금감위·금소원의 '삼각 분리' 체제로 전환된다는 게 개편안의 골자다.
금융노조 역시 "실질적 원인 분석과 현장 진단 없이 기구만 이원화하는 방식은 감독 공백과 책임 회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특히 "실제로 유사한 체계를 도입한 영국에서도 기관 간 권한 충돌과 과도한 규제로 금융사와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고 했다.
반면 개편 지지론자들은 소비자 보호 기능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공약인 편면적 구속력이 도입되면 금소원이 내린 소액분쟁 결정을 금융사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여기에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금융소비자보호평가위원회가 설치되면 감독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소원의 실질적 권한 확보가 또 다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금소원이 검사권을 확보하면 금감원 검사국과 업무 경계가 겹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16년 신설됐다가 폐지된 준법검사국 사례처럼 '두 개 기관, 한 업무'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기 금감원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도 개편 논의에 복잡한 변수를 더하고 있다. 국정기획위 경제1분과에서 개편안을 설계 중인 홍성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홍 전 의원은 증권사 평사원으로 시작해 KDB대우증권 사장까지 오른 증권 전문가 출신으로, 대선 기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조직개편과 인사 공백이 맞물리면서 주요 정책들이 표류하는 상황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은행대리업 시범 운영,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 등이 모두 개편 논의 탓에 멈춘 상태다.
국정기획위는 절충안으로 금감위 산하에 금감원과 금소원을 함께 두는 '쌍봉형' 구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각기 독립시키되, 두 수장이 같은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아 조정하도록 한 구조다. 국정기획위는 이달 중 복수 시나리오를 대통령실에 보고하고, 관계 부처 의견을 받아 최종 윤곽을 확정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노조의 반대 입장이 개편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은 새 감독 체계가 시장 효율성을 높일지, 감독 기능이 분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권한 분산과 소비자 보호를 모두 살리는 절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개편안을 둘러싼 논의는 인선 문제와 함께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