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배터리 업체에서 납품을 받아 전기차를 만들었다면, 이젠 배터리까지 직접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개수가 30% 이상 적기 때문에 사실상 배터리가 전기차의 가격과 품질을 좌우하는 셈인데요.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배터리의 개발과 생산을 남의 손에 맡겨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겠죠.
안그래도 자동차 기업들이 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불을 지핀 브랜드가 있었으니 바로 중국 BYD입니다. BYD는 브랜드 초기부터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해왔습니다. 신기술을 필요로하지 않는 인산철(LFP)배터리를 주력으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성능 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다지 견제하지 않았던 BYD가 작년 4분기부터 테슬라의 판매량을 약 10만대 차이로 추월하며 업계가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BYD의 저력이 바로 '생산 수직통합'에 있다고 봤습니다. 배터리부터 모터, 전장 등 주요 생산품을 70% 넘게 자체 생산하며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만들었다는 평가입니다. 본사에서 모든 걸 진두지휘하며 개발 속도도 높였고요.
BYD는 올해 3월, 5분 충전으로 400km를 넘게 주행할 수 있는 차세대 블레이드 LFP 배터리를 공개해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테슬라, 현대차, 토요타 등 굵직한 車기업들 배터리 개발 본격화
BYD외에 배터리 자체생산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은 단연 테슬라입니다. 테슬라는 배터리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4680(지름 46mm, 높이 80mm) 배터리를 처음 설계해 업계에 제시했습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인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물량을 대기 위해 양산형 4680배터리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현재 미국 프리몬트 공장과 텍사스 기가팩토리에서 4680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2024년 기준으로 전기차 1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했습니다. 현재 테슬라에서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배터리는 2170(지름 21mm, 높이 70mm) 원통형 배터리로,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 등 업체에서 납품을 받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향후 2170 배터리의 비중을 줄이고 자체 생산한 4680 배터리를 다른 차종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경기도 안성시에 모빌리티알파라인안성센터(MAAC)를 건립하고 있습니다. 약 6만평 규모의 MAAC는 배터리 R&D 센터와 양산 라인을 함께 갖춘 곳으로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아직 센터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국내 다른 배터리 공장의 생산력에 비춰볼 때 연간 2-3Gwh 수준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약 전기차 3만 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입니다.
현대는 경기도 의왕연구소, 남양연구소에서 배터리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2023년식 산타페 하이브리드에는 직접 설계한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하기도 했고요. 현대차가 배터리 연구를 통해 팹리스 기업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지만, 최종목표는 배터리 생산이라는 점이 확실해졌습니다.
현대는 여기에 제철 능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향후 가장 완성된 생산 수직통합 체계를 갖춘 완성차 기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토요타는 EV업계의 잠룡으로 불립니다. 아직 전기차 사업에 큰 적극성을 띄진 않고 있지만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며 어떻게 판을 뒤흔들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토요타는 전기차 초창기부터 전고체 배터리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토요타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상용화 시점이 2027년인데, 그게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삼성SDI도 2027년을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기로 발표한만큼 두 기업의 속도전을 주목해볼 만 합니다.
또한 토요타는 작년 4월 전기차용 배터리 전문기업 프라임어스 EV 에너지주식회사(PEVE)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파나소닉과 지분을 8:2비율로 나눠갖다가 완전히 자회사화했는데, 향후 배터리 생산 능력의 초석을 다지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위기의 배터리 기업? "전동화 속도 빨라져 오히려 좋아"
이렇게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를 내재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터리 기업들의 먹거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전기차는 전체 배터리 수요의 약 80%를 차지하는데 완성차 업체들이 수요를 가져가면 곤란하겠죠.
하지만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생산한다고 해서 기존 배터리 업계의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입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한 곳의 관계자는 "배터리는 연구개발과 생산에 수 조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산업인데,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생산한다는 건 이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완전히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미"라며 "전기차가 향후 50%, 7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게 되면 절대 완성차 기업들의 자체 생산력으로 그 수요를 충족할 수 없고, 그때가 되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발주량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오히려 전동화를 더욱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완성차 브랜드들의 배터리 내재화 기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지금 배터리 업계는 캐즘을 극복한 기업들이 향후 더욱 내실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며, 치열한 '옥석 가리기' 레이스를 달리고 있습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