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캐스퍼(CASPER)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캐스퍼는 2021년 9월에 출시된 현대차의 첫 경형 SUV 모델로 기아 모닝의 K1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출시 당시 가솔린 모델만 있었으나 작년에 전기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했고 서울 송파와 부산에 캐스퍼 전용 매장을 세우며 본격적인 '캐스퍼 키우기'에 나섰다.
오는 11일에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아웃도어 테마 디자인을 입힌 ‘캐스퍼 일렉트릭 크로스’를 출시한다. 현대차가 캐스퍼를 필두로 경차 시장에 입지를 다지려는 모양새다.
독주하던 기아 경차들, 빈틈보이며 캐스퍼에 기회줘
그간 국내 경차는 기아의 독주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2004년 출시된 모닝과 2011년 출시돼 국내 유일 박스형 SUV로 입지를 굳힌 '레이'가 대표적이다. 모닝은 국민 경차로 군림하며 2010년대 초반 인기의 정점을 찍었고(2011년 11만 7,029대 판매), 레이는 저렴한 가격과 넉넉한 적재 용량으로 자영업자 및 캠핑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연간 4만대에서 5만대가 팔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차 라인업에 빈틈이 생겼고 현대 캐스퍼가 이를 재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모닝은 2020년대 들어 판매량이 가파르게 내려왔다. 2021년에는 3만 530대, 2022년에는 2만 9,380대가 판매되었으며, 2023년 7월에는 부분 변경 모델인 '더 뉴 모닝'을 선보였지만 그 해 2만 5,87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레이는 EV라인업이 빈약하다. 레이EV가 있지만 저가형 LFP 배터리를 장착해 최대 항속거리가 200km대 초반에 그친다. 이에 현대 캐스퍼는 NCM 배터리를 장착해 충전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며 경형 전기차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캐스퍼 일렉트릭 항속형은 49kWh의 NCM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285km를 확보했으며, 30분만에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출시 직후인 작년 8월에 1,439대가 판매되며, 현대차 전동화 모델 중 국내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여기에 경차 시장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쉐보레 스파크가 2022년을 마지막으로 단종된 것 역시 캐스퍼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캐스퍼 라인업 강화에 대해 "캐스퍼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을 위해 준비한 차"라며 "실용적인 사양들을 조합한 경제적인 트림으로 고객들에게 최적의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경차 시장은 주춤, 오히려 캐스퍼에 호재?
한편 현대차의 야심찬 계획과는 무관하게 국내 경차 시장 전망은 미지수다. 2012년 경차 판매량이 21만 6,221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감소하여 2021년에는 9만 8,781대로 10만 대 이하로 떨어졌고 2024년 역시 10만 대를 넘기지 못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이 점점 대형, 고급 SUV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캐스퍼 역시 올해 1월부터 일본 판매를 시작하며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경차시장의 축소가 오히려 캐스퍼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이 위축된 만큼 경쟁사에서 신차 개발에 적극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준중형·중형·대형 SUV시장에서는 기아에 뒤진 현대가 경형 SUV에서 만큼은 기아를 제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