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국내 SUV 시장이 세단을 압도하고 있는 가운데 SUV 강자인 기아가 '형님' 브랜드인 현대를 추월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는 갈수록 SUV 판매량이 늘고 있다. 작년 엔카닷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차종에서 SUV·RV가 47.1%로 39%를 차지한 세단을 크게 앞질렀다.
한국에만 국한된 동향이 아니다. 2023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중 SUV와 크로스오버 차량의 합산 판매 비중은 50%에 달하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미국 신차 시장에서도 SUV의 점유율은 5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세단의 점유율은 19%로 감소했다.
이동수단 이상의 의미 갖는 자동차, 연비 중요도도 떨어지며 SUV 강세
시장 변화 배경엔 두 가지 주요한 요소가 꼽힌다. 우선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차량이 주행 목적을 넘어 하나의 개인 공간화 됐다. 세단보다 높은 실내 활용도를 지닌 SUV가 자율주행 기술의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친환경 파워트레인 전환으로 연비에 대한 로열티가 낮아졌다. 내연기관 시절, 차체가 무거운 SUV는 '기름 먹는 하마'라 불리며 외면받았지만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주도하는 지금은 연비의 중요성이 퇴색됐다.
이로 인해 국내 세단의 대표주자인 현대자동차의 모델들이 판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랜저 판매량은 2023년 11만 3062대에서 2024년 7만1656대로 약 36% 가량 줄었고 아반떼 판매량은 2023년 65,364대에서 2024년 56,890대로 약 13% 줄었다.
소나타는 같은 연도 기준 39,461대에서 57,355대로 늘었지만 재출시한 택시용 모델이 월 평균 2,000대 이상 판매되며 실적을 견인했기에 순수 소비자 상대의 판매량이 늘었다고 하긴 어렵다.
반면 현대•기아의 SUV4종 (소렌토, 산타페, 스포티지, 투싼)은 모두 2023년 대비 2024년에 판매량이 10% 내외로 증가했다.
기아 SUV 아성 못깨는 현대, 국내 인식 변할까
현재 SUV 시장의 강자는 단연 현대보단 기아다. '카니발vs팰리세이드', '소렌토vs산타페', '스포티지vs투싼' 모든 체급 SUV 경쟁에서 현대가 밀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현대는 풀체인지된 산타페를 출시했지만, 디자인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면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공개된 팰리세이드 페이스리프트 모델 역시 디자인과 상품성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며 SUV 시장에서 기아와의 격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젊고 스포티한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운 기아가 이미 SUV시장에서 아성을 견고히 쌓은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같은 그룹에 속해 있지만, 동시에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과거 기아에서 근무할 당시, 기아가 현대를 앞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모델의 출고를 늦췄다는 일화는 두 브랜드 간의 미묘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와 기아 본사 건물 역시 이러한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 본사가 기아보다 훨씬 큰 규모로 지어진 것은 기아가 그룹 내에서 현대에 종속적인 위치에 있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SUV로의 이동이 커지는 시장흐름에 따라, 현대•기아의 ‘형님-아우’ 관계가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얼마나 지속될 지 지켜볼 문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길거리에서 로고디자인을 보면 기아로고를 보게되면 웬지 MZ세대 감성이 느껴지는 반면 현대차는 시간적으로 과거, 그리고 꼰대 이미지가 느껴진다. 이 느낌이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