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분식회계로 파산한 모뉴엘도 CES 혁신상 마케팅
작년까지 다수 국가 기관이 CES 혁신상 출품비 지원하기도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국내 기업들의 CES 2025 참가 뉴스가 연일 이어졌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의 CES 혁신상 수상 소식도 연이은 가운데 과거 CES 혁신상을 사기 행각에 쓴 '모뉴엘'의 사례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모뉴엘社 사기 행각에도 쓰인 CES 혁신상...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예외 아냐
CES 혁신상은 원칙적으로는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또는 판매 예정인 제품만 출품할 수 있다.
오늘(15일) 시점에서는 CES 2023 혁신상을 받은 제품들은 모두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만, 아예 판매 시도조차 하지 않은 제품도 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굴지의 대기업 A사는 '스마트 마스크' 제품으로 CES 2023 혁신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제품은 한 번도 시장에 나온 적이 없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B사는 특수 재료를 사용한 난방 가전으로 CES 2023 혁신상을 받았지만 이 제품은 국내외 어디에도 판매된 바 없다.
B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내 기업들의 CES 혁신상 실적을 과시한 보도자료에도 포함돼 있다.
CES 혁신상을 악용한 사례도 있다. 2014년 분식회계 등이 들통난 이후 파산한 모뉴엘이 그 예다.
당시 모뉴엘은 아이디어성 상품을 출품해 CES 혁신상을 다수 받았고, 여러 언론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승리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만들어 판매한 제품은 없었다. 이후 모뉴엘은 실적 부풀리기와 분식회계가 들통나 파산했다.
■ CES 혁신상, 시장 출시 제품이어야 한다지만 실 제품 없어도 심사OK
CES 혁신상이 사기 행각에도 이용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검증 없는 심사 과정이 꼽힌다.
CES 혁신상을 받기 위해서는 전해 8월까지 출품을 완료해야 하지만, 물리적 제품을 보낼 필요는 없다.
CES의 혁신상 공식 규칙 문서에 따르면 참가자는 신청서, 신청비, 2장 이상의 고화질 상품 이미지만 보내면 된다.
신청비는 CES 2025 기준 제품 하나당 799달러(한화 약 117만원)다. CES에 전시하는 CTA 멤버사의 경우 '빠른 신청'을 통해 출품비를 399달러(58만원)만 내도 된다. 조금 늦게 신청한다면 신청비는 999달러(146만원)로 오른다.
실제 시장에 출시될 제품을 출품하라고는 하지만, CTA도 출품 및 심사 과정에서 시장에 출시되는지 여부는 검증하지 않는다.
모뉴엘이 CES 혁신상을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주최를 포함해 아무도 실제 제품 출시 여부를 점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다수 국가 기관이 중소기업에게 CES 혁신상 출품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 CES 혁신상, 국가까지 나서 필사적인 이유는?
투자 비용에 비해 수익화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CES에 국내 기업은 물론 국가까지 나서는 이유는 결국 '마케팅'이다.
CES에 참가한 한 국내 기업 관계자 C씨는 "기업들에게 '상'이라는 것은 좋은 홍보 포인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들이 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CES 혁신상을 받았다면 이는 아주 좋은 홍보 포인트다. 각종 디자인 어워드도 그런 이유에서 기를 쓰고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사기업이 자기 돈을 들여 CES에 가고 혁신상을 받는 것은 기업의 전략적 판단이지만, 이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C씨는 "국가 입장에서는 중소기업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마음 먹고 사기치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 국가 기관 관계자도 "CES에 가는 것을 국가가 지원금으로 도와준다고 해도 기업 자체 부담금도 꽤 있다. 그 정도 비용을 들일 의지가 있는 회사라면 굳이 사기치려는 의도가 있을 거라고 볼 건 아니지 않겠나"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