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사전공시제도…먹튀 못막는 '얌체거래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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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사전공시제도…먹튀 못막는 '얌체거래 기승'
  •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 승인 2024.12.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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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임원들, 사전공시 회피해 300억 블록딜 매매
급등한 정치테마주 친인척 장내 매도 나서
제도 한도 피해, 개별 50억 이내 매매…금감원 "제재 못해"

[인사이트녹경=박준형 기자]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부호가 달린다. 올해 7월부터 사전공시제도가 의무화됐지만, 제도의 허점을 활용한 내부자 주식 매매가 발생해서다. 사전공시제도에서 규정된 금액 직전까지만 지분을 매각해 의도적으로 제도를 회피하는 식이라 얌체거래가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사전공시제도 대상이 아닌 대주주 친인척의 지분 매도도 이어지고 있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제도 허점 파고든 내부자 거래 '봇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의료AI 관련주 루닛의 일부 임원들은 장 시작 전 보유주식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CFO, CPO, CAIO 등 임원 6인과 주요주주 1인 등 7인이 매각한 주식은 총 38만334주(1.31%)로 매매금액은 296억원에 달한다.

상장사 임원들의 주식 매도였지만, 사전공시(임원·주요주주 특정 증권 등 거래계획보고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임원들의 주식 매매가 사전공시 규정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갔기 때문이다. 블록딜로 주식을 매각한 루닛 임원들 중 5인은 모두 같은 가격에 동일한 수량의 주식 매각했다. 1인당 블록딜 매매가격은 49억9993만3704원이다. 매도 주식은 6만4156주(0.23%)로 주당 매매가격은 17일 종가에서 7% 할인된 7만7943원에 진행됐다.

사전공시제도는 내부자거래에 따른 주가 급락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7월 시행됐다. 상장법인의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주식을 매매할 경우 거래 30일 전에 증권선물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매매거래가 전체 발행 주식의 1% 이하 혹은 50억원 미만일 경우 사전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루닛 임원들의 경우 블록딜 수량이 단 1주만 더됐어도 모두 사전공시 대상이다. 의도적으로 제도를 회피한 ‘얌체 매매’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밖에도 정치테마 재료를 타고 급등한 이스타코와 프리엠스, PN풍년 등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자, 친인척 등의 지분 매도가 있었지만 사전공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다. 이스타코 최대주주 김승제 회장은 지난 4일 보유지분 2.33%(100만주)를 특수관계자에게 블록딜 매각한다고 사전 공시했지만, 지난 9일 이를 철회했다. 김승재 회장은 공시 철회 당일인 9일부터 13일까지 20만주(0.47%)를 장내매도해 약 4억원을 챙겼다. 이스타코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사전공시를 철회하고 주식을 장내매도한 것이다. 이후 김 회장은 지난 16일 블록딜 매각가격을 높여 블록딜 계획에 대한 사전공시를 다시 진행했다.

마찮가지로 정치 테마주에 엮이며 주가가 급등했던 프리엠스는 주도식 회장과 박흥식 대표의 친인척이 보유주식을 매도해 약 21억원을 현금화 했다. PN풍년은 최대주주인 유재원 회장의 친인척이 지분을 장내매도해 4억원을 챙겼다.

이오플로우의 경우 주요 제품인 ‘이오패치’의 미국 내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 패소 공시가 이뤄지기 전 최대주주인 김재진 대표의 친인척 및 등기이사가 지분을 장내매도해 약 23억원을 챙겨 사전공시제도 위반 논란이 나왔다.

실효성 없는 사전공시제도…당국 "제재 방안 없어"

증권가에선 사전공시제도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통상 블록딜에선 일정 할인율이 책정되는데 사전공시가 ‘악재’로 작용할 경우 블록딜에 나서는 주요주주가 손에 넣을 수 있는 현금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블록딜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확보한 매수자는 시장에 다시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곤 하는데 이는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를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테마성 재료를 타고 주가가 급등락했을 경우 이뤄지는 주요주주 및 임원의 장내매매는 사전에 파악할 수 없는데다, 제재할 방법도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블록딜 할인율은 매각일 직전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대주주 및 내부자의 블록딜 매매는 악재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전 공시 후 거래일까지 주가하락이 이어질 경우 그만큼 블록딜 가격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내부자들의 사전공시 회피에 대해 금융당국은 현재로선 이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금액이 규정을 넘어서더라도 임원들 개개인은 개별로 봐야하는 부분이라 아직까지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50억원이나 지분 1%에 대한 규정 등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최소한의 선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제도가 시행된지 초반이다 보니 아직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밝혔다. 

[사진=녹색경제신문]
[사진=녹색경제신문]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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