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가이드라인 포괄적이고 모호한 점은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
"스코프3 공시, 규제 유예 믿고 손 놓고 있기 보다 그룹 경쟁력으로 활용되도록 빠르게 준비"
"기후위기, 인간 삶에 가장 영향 많이 미치는 요소"…"탄소중립 목표 실질적 이행 위해 노력"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註)>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HD현대는 'HD현대' 중심의 지주회사 체계를 수립하면서 "친환경, 디지털, 안전에 기술개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ESG경영을 실천하고 '기술을 담은 우리의 약속'을 실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조영철 HD현대 그룹 ESG 최고책임자 역시 "HD현대는 친환경 조선·해양, 에너지, 미래산업솔루션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ESG 경영을 최우선과제로 삼았다"며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바다에서 시작하는 깨끗한 미래(Future from the Ocean)'라는 비전에는 우리의 시원(始原)인 바다에서부터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가 담겨 있다"며 "우리 그룹은 2021년 ESG 비전과 슬로건을 제정하고,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해 거버넌스 체계를 수립하는 등 ESG 경영의 토대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ESG 2.0의 시기에는 더욱 도전적인 ESG 추진 과제를 설정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기간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ESG 및 통상 규제 대응, 탄소중립 과제 이행, ESG 차원의 공급망 관리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영철 HD현대 그룹 ESG 최고책임자 경력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
2023~ 제16대 자본재공제조합 이사장
2023~ 제23대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회장
다음은 조영철 HD현대 그룹 ESG 최고책임자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HD현대 그룹의 ESG 최고책임자’라는 직을 맡고 계신데요. 그룹 내에서 ESG 최고책임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하고요. ESG경영과 관련해 그룹의 전반적인 의사결정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HD현대의 ESG경영은 주요 계열사 간 협의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13개 계열사의 담당자들이 모인 ‘그룹 ESG 실무(담당자)협의체’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그룹 공통의 과제를 제안하면, 각 계열사의 ESG 최고책임자들이 모여 그룹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하고, 이행 계획과 우선순위에 대하여 토의하고 결정합니다.
우리 그룹의 ESG 관리 체계의 핵심은 ESG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그룹 전반의 경영 전략에 통합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적 통합을 실질적 성과로 만드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직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룹 ESG협의체의 의장으로서 ESG 관련 각종 의제를 조정하고, 중점 추진 과제의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여 그룹의 과제가 각 계열사에서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HD현대의 ESG 추진을 이끄는 ‘엔진’이자 ESG 과제가 실질적으로 이행되도록 지원하는 ‘서포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HD현대 그룹의 ESG 비전은 “바다에서 시작하는 깨끗한 미래”인데요. 어떤 의미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HD현대는 바다에서 탄생했습니다. 우리는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을 건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사업을 성장시켜 왔으며, 현재는 디지털·친환경 기술을 기반으로 바다는 물론, 육상에서까지 미래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시작하는 깨끗한 미래(Future from the Ocean)’라는 비전에는 우리의 시원(始原)인 바다에서부터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실현해 나가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Q. EU와 미국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고, 우리 정부는 2026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스코프3 공시 도입이 추진되면서 기업들이 미리 준비에 나서고 있는데,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스코프3 배출량을 측정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HD현대 그룹은 ESG 공시 의무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고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현재 글로벌 ESG 규제의 핵심은 ESG 정보 공시에 관한 것입니다. ESG 공시 기준은 소위 글로벌 3대 기준으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고, 기업 또한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룹은 글로벌 ESG 공시 규정의 주요한 변화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타임라인에 맞추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ESG, 재무, DT 등으로 이루어진 내부이해관계자 TF를 구성하고, 외부 자문 등을 거쳐 1단계 의무 공시 체계 구축을 완료하였습니다. 2단계는 재무 조직을 중심으로 실제 공시 보고를 위한 내부 TF를 운영하여 선제적인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공시 가이드라인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공시 의무가 있는 기업이 얼마나 넓고 깊이 있는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ESG 정보 공시규정은 기후변화 관련 기회와 리스크에 대한 정량적 재무 영향을 산정하고, ESG 정보를 연결기준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별로 다른 추정적 시나리오가 필요하고, 연결의 대상 법인 및 공급망 내의 정보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스코프3의 경우, 기업이 직접 관리하지 않는 공급망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데이터의 정합성과 비교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는 ESG 정보 시스템의 선행 구축 없이는 현저히 어려운 과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Q. 조선·해양 부문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 중 하나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과 더불어 RE100도 추진한다는 점인데, 재생에너지 자가발전과 외부조달을 통해 RE100을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RE100을 위해 어떤 재생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인지, 활용 가능한 다른 수단에는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HD한국조선해양 등 조선∙해양부문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은 에너지효율화, 외부감축사업 등 다양한 이행 수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 달성의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많은 기업들이 송배전설비 등 전력계통 인프라 부족, 재생에너지의 불규칙한 전력공급량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는 지붕, 주차장 등의 공장 내 유휴 부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해 자체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외부 태양광발전소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나갈 계획입니다.
건설기계부문 또한 2022년 6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지난해 11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에 가입했으며, PPA 계약 및 자체 태양광 발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2022년 HD현대사이트솔루션 TCFD 보고서에는 “건설기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 친환경 건설기계 기술 및 제품 개발이 필수”라고 나와있는데요. 가장 주목하고 계신 친환경 건설기계 기술과 제품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HD현대 건설기계부문은 제품 사용 단계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위해 단계적인 기술개발 로드맵에 따라 전동화, 수소, 연비개선, 무인화·자동화 등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HD현대인프라코어가 1.7톤급 미니 전기굴착기를 출시했으며,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1.9톤급 미니 굴착기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전동화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팩을 양산하고 있으며, 전동화 지게차 제품 라인업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2020년에는 수소굴착기 개발을 위해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와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 공동 개발 MOU를 체결하였고, 작년 CONEXPO 2023에서 상용화에 가까운 베타 버전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Q. 그룹의 ESG경영 상황을 이끌고 지켜봐 오신 분으로서, 그동안의 ESG경영 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022년 12월,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 주요 계열사들이 입주한 이후 ESG경영 실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습니다. ‘종이컵 없는 GRC’, 폐핸드타월을 재활용하는 ‘바이사이클’과 같은 ESG 연계 캠페인도 실시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입주한 13개의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일입니다.
ESG 경영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가지 요소를 경영 전략으로 선정한다는 측면에서, 직원과 가족 모두가 행복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는 절대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임직원 육아·출산 지원 강화, 유연 근무제 등 워라밸 제도 운영,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 어린이집 ‘드림보트’ 운영 등을 포함하는 HD현대의 ‘일과 가정 양립 지원 프로그램’은 단순한 복지 혜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 시키기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올해가 벌써 절반 정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2024년 ESG 경영과 관련한 HD현대 그룹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 그룹은 2021년 ESG 비전과 슬로건을 제정하고,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거버넌스 체계를 수립하는 등 ESG 경영의 토대를 다지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것이 ESG 1.0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ESG 2.0의 시기에는 더욱 도전적인 ESG 추진 과제를 설정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기간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선, 우리는 ESG 공시 의무화, 국내외 환경 규제, 공급망 관리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ESG 규제 및 통상 규제에 대응해야 합니다. 공시 대응은 광범위한 ESG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 ESG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후 위기는 글로벌 리스크 중에서도 인간의 삶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입니다. 우리 그룹의 몇몇 계열사들은 이미 탄소 중립 로드맵을 수립했습니다. 우리의 목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도입, 고효율 설비의 투자, 상쇄 프로그램 참여, 배출권 관리 등 실행 과제 이행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공급망 관리입니다. 이제 ESG는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공급망, 더 넓게는 가치사슬 전 영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리스크를 대상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장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EU CSDDD)이 발표되면서 유럽에 수출하는 우리 그룹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사를 비롯하여 공급망의 인권 및 환경의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잘 수립하고, 그룹 또는 유사 산업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실행하고자 합니다.
특히, 가치사슬 전체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스코프3나 제품의 전과정평가(LCA)는 규제의 유예를 믿고 손 놓고 있기 보다는 고객을 비롯한 외부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각 계열사와 제품의 경쟁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준비해 나갈 예정입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