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악재로 수익 감소” 해명했지만 본질은 “게이밍 시장 침체”
AMD·마벨·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반도체주 일제히 하락
반도체 재고 문제 등 악재 이어지면 하락세 길어질 수도
엔비디아가 1분기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했음에도 2분기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엔비디아의 발표와 함께 AMD,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WD)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함께 하락하면서 반도체주 전반의 하락세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현지 시각 26일 올해 1분기 실적과 함께 2분기 실적 전망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액은 82억 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56억6000만달러에 비해 46.5% 늘었고, 시장 전망이었던 81억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2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의 실망감이 커졌다.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을 81억 달러±2억 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84억 5000만 달러에 못 미치는 규모다.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 측은 2분기 매출 감소가 중국과 러시아발 악재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5억 달러의 매출 감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게임 시장 매출 감소로 4억 달러, 러시아의 데이터센터 매출 감소로 1억 달러의 손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설명한 감소분이 없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매출액은 시장 전망치 정도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그동안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측은 기본적으로 게이밍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로이터에 “2분기 게이밍 부문 매출이 1분기에 비해 10% 중반대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젠슨 황 CEO는 “도전적인 거시경제 환경에 직면했다”는 발언으로 위기감을 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시장 침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그래픽 카드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급증한 점을 위기의 원인으로 제기하고 있다. 엔비디아 측은 “재고 문제가 안정화됐고, 2분기에도 일정한 수요를 유지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지난해 그래픽 카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재고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했던 것에 비해 시장이 침체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2분기 실적 전망 발표와 함께 한때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0% 까지 떨어졌으나, 현재는 조정을 거쳐 7% 정도 하락한 상태다.
블룸버그(Bloomberg)는 엔비디아의 발표와 함께 AMD, 마벨,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하락세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나스닥 시간외 거래에서 2% 이상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이 반도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반도체 수요가 실적을 견인하던 호시절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 발표가 ‘반도체 겨울’의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