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X세미콘, 268억원 투자해 텔레칩스 지분 10.93% 확보 계획
- 구본준, 1985년 LG반도체 입사 후 '반도체 꿈'...1997년 대표이사 올랐지만 '빅딜' 시련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최근 텔레칩스 2대 주주 등극에 이어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에 나서는 등 과거 LG그룹에서 못다 이룬 37년 '반도체 꿈'을 향해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X그룹이 5월, 창립 1주년을 맞아 LX세미콘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면서 "구본준 회장은 첫 직장이 금성반도체(LG반도체)였고, 대표이사 시절에 '반도체 빅딜'로 LG반도체를 빼앗긴 아픔이 있어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전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의 반도체 설계기업 LX세미콘(옛 실리콘웍스)은 최근 매그나칩반도체 매각 주관사인 미국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LX세미콘은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과 컨소시엄 구성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
LX홀딩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 전화인터뷰에서 “LX그룹의 미래 성장전략을 위해 매그나칩 인수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매그나칩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 및 자동차용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설계와 생산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그나칩은 TV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DI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라면서 "인수가 성사되면 DDI 판매 기준 세계 3위인 LX세미콘과의 시너지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그나칩은 2004년 10월, SK하이닉스(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구조조정 일환으로 비메모리 사업부문을 분사하면서 설립됐다. 이후 2020년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을 떼내 '키파운드리'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를 SK하이닉스와 국내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했다. 현재 키파운드리 지분 전량은 SK하이닉스가 인수했다.
LX그룹 계열사 한 직원은 "매그나칩은 과거 LG반도체 구미공장인데 1990년대 당시 방문한 적이 있다"며 "인수 이야기가 나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회상했다.
또한 LX세미콘은 총 268억원을 들여 텔레칩스 지분 10.93%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경우 LX세미콘은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에 이어 2대 주주가 된다.
LX세미콘은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텔레칩스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해 “기술 및 연구개발 등 사업협력 추진”이라고 밝혔다. 이는 LX세미콘이 지난해 5월 LX그룹으로 편입된 후 진행된 첫 팹리스 지분 투자다.
텔레칩스는 차량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용칩(IVI)을 개발해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납품해 왔다. 최근에는 인포테인먼트시스템에 차량 외부 상황을 실내에서 살필 수 있는 기능(AVM) 등을 더한 스마트 콕핏(Cockpit)용 칩셋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밖에도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을 겨냥한 칩셋도 개발하고 있다.
텔레칩스와 어보브반도체가 각각 44.8%씩 지분을 투자해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가 대표직을 겸하고 있는 오토실리콘은 지난 4월 전기차 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BMS용 배터리관리칩(BMIC)을 SK온과 공동개발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X세미콘의 시스템온칩(SoC) 부문 매출은 작년 기준 약 2천200억원 규모로 전사의 약 12%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디스플레이향으로 집중돼 있었다"며 "LX세미콘과 텔레칩스의 협업은 제품 다변화를 통한 LX세미콘의 SoC 사업 확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본준 회장, 반도체 사업 '숙원'...LX세미콘 본사에 개인 집무실 두고 출근
구본준 회장이 매그나칩 인수와 텔레칩스 지분 취득에 나선 것은 과거 못다 이룬 '반도체 꿈'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은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은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의 집무실을 꾸릴 정도로 반도체 사업에 애착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준 회장은 1999년 당시 LG반도체가 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에 강제 합병당하자 눈물을 흘렸다"면서 "LX그룹이 매그나칩을 인수한다면 LG반도체 구미공장을 다시 되찾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구본준 회장은 미국 시카고대학 대학원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후 AT&T에서 잠시 근무한 후 귀국해 1985년 금성반도체(LG반도체) 부장을 시작으로 경영 수업에 들어갔다. LG반도체의 전신은 1989년 5월 세워진 금성일렉트론(주)이며, 1995년 LG반도체로 상호를 변경했다.
구본준 회장은 1997년 LG반도체 대표이사에 올랐지만, 1999년 울며겨자먹스로 LG반도체를 현대전자(하이닉스)에 넘기며 상심이 컸다고 한다.
따라서, 구본준 회장으로서는 LG반도체 입사한 이래 37년, 대표이사 시절부터로 본다면 25년 만에 다시 자신의 '꿈'이자 '숙원'이었던 '반도체 사업'을 부활시키는 셈이다.
구본준 회장은 현재 LX그룹 계열사 중 LX세미콘를 가장 챙기고 있다. 서울 양재동 LX세미콘 본사에 개인 집무실을 두고 1주일에 최소 한 번은 이곳으로 출근할 정도다. LX세미콘은 지난해 매출 1조8988억원, 영업이익 3696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 비해 매출은 63%, 영업이익은 292% 급증했다.
LX세미콘은 그간 TV, 모바일기기용으로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사업이 중심이었다. 이 때문에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실리콘 카바이드(SiC) 기반 전력 반도체(PMI) 진출 등 매출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지난 2월에는 일본 영업 강화를 위해 현지 법인 자본금을 2배로 늘리기도 했다.
한편, LX그룹은 지난 5월 1일, LG그룹에서 독립해 출범한지 1주년을 맞았다. 구본준 회장은 작년말 LG와의 지분 정리를 마무리하자마자 올해 초부터 공격적인 투자 및 M&A로 미래 성장동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3월 ‘한글라스’ 브랜드로 알려진 한국유리공업을 5925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포승그린파워 지분 63.3%를 9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