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업계 설 자리 잃고 줄줄이 폐업
- 금전 필요한 서민들 제도권 금융 밖으로 내몰릴 수도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한 차례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높은 이자율을 경감해 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오히려 대출 문턱이 높아져 정작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에서 연 13%로 인하 하자는 내용의 ‘이자제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의 민병덕 의원도 법정 최고금리를 연 15%로 인하 하자고 발의 했다. 민 의원은 “금리가 현재 금리 수준의 경제상황을 지켜볼 때 법정 최고금리는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의 경제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낮아진 지 불과 반년 도 안됐는데 이 같은 ‘이자제한법’ 개정안이 발의 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선 후보의 “법정최고금리는 11.3~15%가 적당하다”는 발언을 지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경기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업무원가와 조달원가 등 적정대출 금리 산정에 포함되는 비용 혁신을 통해 최고 금리를 연 11.3~15%로 낮출 수 있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법정 최고금리 수준의 이자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카드사·캐피탈·대부업 등은 정치권의 이 같은 행보에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미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촌 현 시점에서도 많은 고객들이 사금융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한 번 더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맞물리게 되면 신규대출은 더욱 어려워져 결국 폐업에 이르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7일 웰컴금융그룹 계열의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와 애니원캐피탈대부(애니원론)은 대부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웰컴저축은행을 인수 조건으로 2024년까지 대부업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금융당국과 약속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내년 그룹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대부업·대부중개업 사업을 정리하고 디지털 종합 금융그룹으로 재편·확대 하기 위해 당초 2024년에 문을 닫겠다던 계획이 3년 앞당겨진 것이다.
2010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44%에서 올해 연 20%로 내려가자 2019년 산와대부(산와머니)가 대부 사업을 철수했고, 조이크레디트대부는 지난해 신규대출 업무를 중단했다. OK금융그룹의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도 저축은행 인수가 최종 확정되면서 2024년까지 대부업을 정리해야 한다.
당장 자금이 급한 중저신용자에게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진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조건이 까다로워져 그만큼 대출 기준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법정최고금리 인하 시 약 3만 9000명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갈 때 마다 기준에서 단 1%p라도 더 내려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다만 20%대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손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고, 서민 입장에서도 이마저 자금 조달이 안되면 부득이 제도권 밖 제3금융을 찾을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설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