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해운·조선·철강의 가위바위보, 누가 승자되나...모두 승자되는 '수퍼사이클' 진입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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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해운·조선·철강의 가위바위보, 누가 승자되나...모두 승자되는 '수퍼사이클' 진입 가능성도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05.11 0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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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업 호황은 조선업 부활, 조선 수주증가로 철강 호조
- 해운, 조선, 철강의 가위바위보...모두가 이기는 게임
- 과감한 친환경.스마트 투자로 中과 초격차 유지해야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 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선적하는 모습 [사진=HMM]
HMM알헤시라스호가 지난해 5월 8일 중국 얀티안항에서 선적하는 모습 [사진=HMM]

해운과 조선, 철강산업은 서로 이해관계가 밀접하다. 해상운임이 오르면 철강석 값이 오르고, 후판 가격 상승은 배값을 올린다. 선박 가격 상승은 해상사에게 부담을 준다. 반대로 해운사가 돈을 벌면, 조선 발주가 늘고, 조선사의 수주 확대는 철강사의 매출로 이어진다. 

지난해 하반기 부터 해운사가 잘나가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최근 2주째 3100선의 사상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고, 국내 최대 선사인 HMM(대표 배재훈)은 지난해 사상최고 영업이익 실적에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전후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또다시 사상최고의 분기별 실적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해운사들의 실적 호전은 조선3사의 수주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삼성중공업이 1년 목표치의 65%를 달성하는 등 국내 조선3사는 전세계 조선 발주분의 52%를 휩쓸며 중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에도 5조원대에 이르는 해양플랜트와 100여척이 넘는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수퍼사이클'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조선업 수주호황은 철강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4년만에 후판가격이 톤당 10만원까지 오르면서 포스코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1조552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0.1%나 늘었다. 다른 철강회사들의 실적도 연이어 개선되면서 주가도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흐름을 거꾸로 되짚어 보면, 해상운임이 치솟으면서 철광석 값이 뛰었고, 이는 철강업계의 원가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후판을 비롯한 철강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폭이나마 신조선가가 상승하고 있다. 신조선가의 상승은 배가 필요한 해운사들의 부담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해운사들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낡은 배를 대거 교체해야 하는 입장이다. 

서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이같은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로 보인다. 해운, 조선, 철강 부문에서 고르게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타가 공인한다. 

해운부문은 한진해운과 나눴던 짐을 HMM이 혼자 짊어지게 된 셈이지만, IMO의 친환경 규제 강화에 대비해 스크러버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15척을 지난해 4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받았고, 다음달 5척을 포함하면 20척의 초대형선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선복량의 약 절반을 초대형선이 차지하게 되는데, 이는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약 25%)의 2배에 이르는 셈이다. 

초대형선일수록 경제성이 높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이는 근본적인 경쟁력이 강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추가로 발주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HMM은 별다른 재무 부담없이 선복량을 대폭 늘일 수 있게 된다. 이는 다른 해운사에 비해 탁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조선 3사는 수주가뭄이던 지난 2018년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면서, 위기를 견디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포스코도 지난해까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견디면서 후판가격을 동결하는 등 조선3사에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조업 풍경.
포스코 포항제철소 조업 풍경 [사진=포스코]

해상운임이 오르면서 HMM 등 해운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고 철강업계도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조선3사는 아직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주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모두가 이기는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는 셈이다.

다만, 이같은 상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친환경 기술과 스마트십 건조에 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더욱 벌여야 한다는 이유다. 

국내 조선3사가 실질적으로 독점하던 LNG운반선 수주 중 16척을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도크계약을 지난해 카타르와 맺고 올해 수주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2위선사인 스위스의 MSC라인이 올해 발주한 수십척의 초대형컨테이너선박을 중국CSSC그룹이 수주했다. 이 선박들은 스크러버를 장착한 하이브리드 선박이다. 게다가 국내 조선3사가 건조한 것과 유사한 성능의 스마트십이다. 

다만, 최근 중국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압박으로 철강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후판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판은 선박건조에서 원가의 7~1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재료비에서는 가장 비중이 높다.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소식이지만, 이미 중국이 친환경 규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의 기술추격 속도는 이미 우리가 방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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