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경 칼럼] 남양유업의 정상화, 홍원식 회장의 사퇴는 끝이 아닌 시작점이다
상태바
[녹경 칼럼] 남양유업의 정상화, 홍원식 회장의 사퇴는 끝이 아닌 시작점이다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1.05.06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일 공개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공동취재]
지난 4일 공개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공동취재]

70세가 넘은 노(老) 경영인이 울먹였다. 선친이 일궈내고 본인도 40년 넘게 몸담으며, 자신과 하나라고 생각했던 기업에서 불명예 퇴진을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홍원식 회장은 4일 그렇게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아들들에게 경영권 세습도 하지 않겠다면서 이런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을 사과했다.

지난달 13일 일어난 ‘불가리스 파문’은 21일 만에 홍 회장의 퇴진 결정으로 어느 정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물론 경찰 수사와 세종공장 영업정지 예정 등 많은 일이 남아있지만, 남양유업의 책임자 문책은 홍진석 상무, 이광범 대표이사에 이어 홍 회장을 정점으로 끝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 회장 사퇴보다 더 중요한 “남양유업의 변화 방향”


그러나 홍 회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그래서 남양유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남양유업은 곧 이사회를 소집, 후속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다. 영업정지가 현실화되면 남양유업은 물론 관련된 낙농가와 대리점, 정기구독 고객들도 손해를 입는다. 이에 대한 보상 방침은 물론이고, 앞으로 남양유업의 경영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관심사다.

현재 이사회는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남양유업에는 4명의 사내이사가 있다. 홍원식 회장과, 홍 회장의 어머니인 지송죽 씨, 홍 회장 장남 홍진석 상무 등 3명이 오너 일가이고, 1명이 이광범 대표다. 사내이사 4인 중 3인이 불가리스 사건 등으로 사퇴 또는 보직해임된 상태다.

이런 구성의 이사회가 남양유업의 미래를 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미 물러났거나 물러나야 할 사람들이 내놓는 혁신방안을 어느 구성원이 동의하겠는가? 만약 이들이 수습책을 내놓는다면 여론은 결국 ‘말로만 하는 사퇴’라고 반발하지 않겠는가?

현재 사내이사들이 해야 할 일은 본인들의 전원사퇴 결의와 차기 이사회 구성을 사외이사에게 일임하는 일일 것이다. 또 어떤 방식으로든 홍 회장과 그 일가의 남양유업 지분 축소도 필요하다.

홍 회장의 지분은 51%가 넘고, 일가 지분까지 합치면 53%로, 언제든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구조적으로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홍 회장 지분 매각 대금이 낙농가와 대리점 등 이번 일의 큰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자금으로 쓰인다면 더욱 좋다.


새 경영진.., ‘홍씨 가문이 아닌 국민에게 사랑받는 남양유업으로 만들어야’


남양유업이 홍두영 창업주와 홍원식 회장의 헌신으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홍 회장이 만든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와 오너의 절대적 영향력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음도 인지해야 한다.

홍 회장이 사과문에서 언급한대로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다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다. 2013년 발생한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일어난 온라인 댓글 등의 논란이 생겼을 때 회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홍 회장이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남양유업은 새로 태어나야 한다. 그래야 남양유업이 더는 남양 홍씨 가문의 기업을 넘어 국민에게 사랑받는 유제품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홍 회장 사퇴로 남양유업이 다시 태어날 최소한의 조건은 마련됐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어서는 안된다. 남양유업의 뼈와 “살을 깎는 혁신”은 지금이 시작점이어야 한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