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총수 지정 따른 한국경제 득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 훨씬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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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총수 지정 따른 한국경제 득실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 훨씬 많아"
  • 양현석 기자
  • 승인 2021.04.2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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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9일 쿠팡 대기업집단 지정... 김범석 총수 지정 여부 촉각
김범석 지정되면 '총수에 내외국인 구별 없다' 원칙 유지가 유일 효과
한-미 FTA상 최혜국 대우 문제 삼으면 한미 간 무역마찰 가능성 생겨
20세기 재벌총수 규제하려 만든 규정... 21세기 글로벌 경쟁에 맞지 않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사진=쿠팡]

 

“김범석이 뭐라고... 한 기업의 총수를 누구로 하는지가 이 정도로 문제였던 적이 있었나요?”

재계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가 29일로 예정된 쿠팡 총수 지정과 관련된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던진 반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김범석 쿠팡 의장이 총수로 지정돼야 한다는 말씀인가요?”라고 묻는 기자에게 온 그의 답변은 의외였다.

“아니죠,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면, 총수 지정을 통해 대기업을 규제하던 모든 일을 쿠팡에는 적용할 수가 없게 돼요. 김범석 의장이 총수가 돼서 한국경제가 얻을 것은 미미하고, 잃을 것은 너무 많죠. 당초 (공정위) 실무진들의 판단대로 쿠팡법인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 됐을 일인데, 지금은 ‘검은 머리 외국인’에 대한 국민정서 때문에 일이 복잡해졌어요.”

실효성 없는 외국인의 총수 지정... 국민정서법 영합하면 경제에 큰 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동일인(총수)을 지정하는 이유는 과거 족벌경영 시대의 재벌의 편법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총수로 지정된 개인은 배우자와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도 공시 의무 대상이 되기에 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또 총수 일가에는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돼 일감 몰아주기 등이 금지되고, 위반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인을 총수로 볼 경우, 미국 등 친족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친족이 누구인지 증명할 방법이 공정위에겐 없다. 즉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출해도 규제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존 외국인이 지배권을 행사하는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지배하고 있는 아람코가 지배 주주인 에쓰오일, 매리 배라가 회장으로 있는 제너럴 모터스가 대주주인 한국GM의 경우와 쿠팡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에서는 김범석 의장이 76%의 의결권을 보유한 쿠팡과 에쓰오일, 한국GM은 성격이 다르다는 반박도 나온다. 그러나 김 의장의 의결권은 한국 법에는 없는 뉴욕증권거래소 규정에 따라 발생했다. 한국 법에 존재하지도 않는 차등의결권을 오직 규제를 위해서만 인정하는 모순이 생긴다는 뜻이다.

한-미 FTA에서 체결된 최혜국 대우에도 정면으로 위배될 소지가 크다. 미국이 자국인인 김범석 의장이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아람코)이나 기업인(빈 살만)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무역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도 이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외국인 특혜 불가“ 국민정서 부담... 전경련, ’대기업 지정제‘ 철폐 주장

반면, ‘외국인이라고 대기업 규제에서 벗어나려는 것을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기업 총수에 국적에 따른 규정이 없는데 왜 외국인이라고 특혜를 받나’라는 국민여론을 정부로서는 무시하기 힘들다. 공정위도 이런 여론 때문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김범석 의장이 쿠팡의 총수로 지정될 경우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긍정적 효과가 ‘총수 지정 제도의 원칙 유지일 뿐’이라는 자조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의 총수 지정 논란이 격화되자 재계의 대표격인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나섰다. 전경련은 27일 총수 지정을 넘어 대기업 지정 제도를 철폐하자는 주장이 담긴 제안을 내놨다.

전경련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과거 우리 경제가 폐쇄경제일 때 만들어진 제도로서, 개방경제로 변모한 오늘날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면서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만 글로벌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의 총수 지정 문제는 이렇듯 간단하지 않다. 국민정서와 총수 지정 제도의 원칙 유지를 이유로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경우, 한국경제가 의외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공정위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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