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전격합의] 정부 중재도 소용없던 LG-SK 배터리 분쟁, 결국 美가 해결…"역시 시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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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전격합의] 정부 중재도 소용없던 LG-SK 배터리 분쟁, 결국 美가 해결…"역시 시장의 힘"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4.11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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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앞두고 전격 합의…오후 구체적인 내용 밝힐 듯
- 정부 중재에도 합의점 찾지 못했던 양사간 분쟁…美 정부와 완성차 업체들 지속적 압박이 영향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
- 美 전기차 규모 시장 전 세계 3위…양사 모두 이번 합의로 실리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여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SK이노)이 2년간 끌어온 배터리 분쟁을 합의로 마무리지었다.

그간 양사는 정부의 중재에도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으나, '미국'이라는 막대한 규모의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결국 뜻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 관계자는 "주말 사이 CEO급 협의체를 통해 양사가 합의에 이르렀지만 아직 이사회 절차가 남아있어 금일 오후 늦게 공식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1일 LG엔솔과 SK이노에 따르면 이날 양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합의를 마쳤다. 합의금 규모 및 조건 등 정확한 합의 내용은 이사회 보고를 거쳐 오후에 밝힐 예정이다.

지난 2019년 4월 LG화학이 ITC와 연방법원에 SK이노를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한 이후로 LG엔솔과 SK이노는 2년 가까이 첨예한 갈등을 일으켜왔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ITC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소송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양사 최고책임자와 만나 낯 부끄럽지 않느냐고 이야기를 했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양사는 정 총리의 중재에도 분쟁을 이어갔으며, 지난 2월 ITC가 SK이노에 패소 판결을 내린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합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 인정 여부와 합의금 규모였다. LG엔솔은 ITC의 판결을 근거로 SK이노에 "진정성 있게 합의에 나서라"고 요구했으나 SK이노는 "영업비밀 침해는 입증조차 되지 않았다"고 맞서왔다.

합의금 규모 역시 큰 간극이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합의금 규모로 2~3조원 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이노는 최대 3조원에 이르는 합의금을 받아들일 바에는 차라리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었다.

SK이노는 지난달 이사회 주관 감사위원회에서 "LG엔솔의 요구 조건이 사실상 SK이노가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이라면 수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 정치권·기업의 합의에 대한 압박

SK이노의 미국 시장 철수 가능성은 미국 내 완성차업체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오는 2025년 미국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능력은 130GWh로 전망되는데, SK이노의 생산능력은 21.5GHw로 전체의 16% 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SK이노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포드의 짐 팔리 포드 CEO는 자신의 SNS를 통해 "LG엔솔과 SK이노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성명을 통해 "자사는 LG엔솔과 SK이노의 싸움에서 의도치 않은 희생자"라며 "양 사가 법정 밖에서 합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후 폭스바겐은 LG엔솔과 SK이노로부터 공급받던 파우치형 배터리를 각형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SK이노가 미국 배터리 사업 진출을 위해 약 3조원을 들여 공장을 건설하던 조지아주에서는 정치권 인사들의 목소리가 거셌다.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는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막대한 규모의 조지아주 투자를 성사시키거나 무산시킬 결정을 앞두고 있다. 최소 2600의 일자리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며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으로 옳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버치 밀러 조지아주 상원의원(공화당), 젠 조던 상원의원(민주당)은 지난달 "LG엔솔과 SK이노의 합의를 통해 현지 주민들의 일자리가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회의에서도 LG엔솔과 SK이노의 배터리 분쟁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측은 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필요함을 거론하며 두 배터리업체의 분쟁에 대해 언급했다.

(좌)최태원 SK그룹 회장, (우)구광모 LG그룹 회장

'세계 3위'인 시장 규모도 무시 못해

미국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스웨덴 시장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32만8000대로 유럽(139만5000대), 중국(133만7000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1740억 달러(약 195조원)를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 희토류·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점검하는 내용을 담은 긴급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에서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공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와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해야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희토류와 배터리 등을 비중 있게 공급해 온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전략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현재 업계 선두주자인 중국 CATL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각별한 기회로 평가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SK이노는 ITC의 결정대로 향후 10년간 미국에 배터리 공급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매우 아쉬울 수밖에 없다.

LG엔솔도 이번 합의로 한실리를 취했다는 평가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이노가 미국 사업을 철수하게 되면 LG엔솔은 파우치형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으나 합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양사 수장의 적극적인 태도가 합의 견인했다는 분석도

비록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양사는 주요 경영진을 필두로 여러 차례 합의를 위한 대화를 시도해왔다. 지난달에는 권영수 LG그룹 부회장과 장동현 SK㈜ 사장이 양측 대표로서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의 중재로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회동에서 최 회장과 구 회장은 양사의 배터리 분쟁을 비롯해 여러 현안에 대해 직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부와 고객사들이 거듭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긴급행정명령으로 양사간 분쟁이 한미 공급망 문제로까지 대두되자 보다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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