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배터리③] 거침없는 中 전기차 배터리업체 성장세…'가성비·시장·자금력'으로 시장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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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배터리③] 거침없는 中 전기차 배터리업체 성장세…'가성비·시장·자금력'으로 시장 지배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3.26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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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CATL, 4년 연속 전세계 판매량 1위 달성…설립 10년도 안 돼 파나소닉은 물론 국내 배터리3사
- 자국 내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전폭적 지원한 중국 정부…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등 기술력 향상에도 매진
-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와 협업 이어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전환 계획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생산라인 증대 및 차세대 배터리 개발 적극 투자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배터리산업이 전례없는 위기다. 중국 경쟁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 이젠 LG엔솔,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이른바 배터리 3사 스스로 가격, 품질 모두 중국産의 우수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형 고객인 자동차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경쟁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배터리업체로서는 수십년을 투자해 이제 좀 먹고살만하니 고객이 뒷통수를 치고 갑자기 경쟁사로 변한 셈이다. LG-SK갈등은 해결 가능성보다는 시간이 갈 수록 골만 깊어지고 있다. 총리실 등 정부의 중재도 소용없다. 사생결단의 분위기다.

차세대 배터리라는 전고체배터리는 일본, 미국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아직도 국내 배터리3사는 20년이상 가져온 근거없는 자신감에 취해있어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위기의 배터리산업. 5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최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의 행보가 거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CATL은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전년 동기(22.8%) 대비 8.4%p 상승한 31.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LG에너지솔루션(18.5%)을 크게 앞선 기록으로, 5위인 삼성SDI(4.8%), 7위 SK이노베이션(3.9%)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특히 국내 배터리3사가 지난해에 비해 일제히 점유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CATL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만이 시장 저변을 확대했다는 점은 뼈아프다.

SNE리서치는 "지난해까지 이어져오던 한국 배터리업체의 약진이 올해 들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약간 주춤하는 모양새"라며 "CATL과 BYD를 필두로 중국 업체들이 유럽 등 비중국 지역에도 공급망을 확대하며 한국 배터리업체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 역시 "CATL은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업체들 중에서 생산능력을 가장 빨리 늘려나가고 있다"며 "확장세를 펼쳐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유의해야할 경쟁사"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1년 설립돼 이제 막 10년의 업력을 쌓은 CATL이 이처럼 눈부신 성장세를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자리하고 있다.

첫째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일찍이 전기차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점찍은 중국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외국 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으로 자국 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막대한 어드밴티지를 제공했다. 

이에 CATL은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중국은 유럽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으로, 2035년부터 일반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할 만큼 친환경 모빌리티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CATL이 단순히 정부 지원금을 받는 데 안주한 것은 아니다. 라이벌 기업인 BYD가 에너지 밀도가 낮은 리튬인산철배터리(LFP)에 주력하는 사이, CATL은 보다 밀도가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빠르게 뛰어들었다.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진행했다. 푸젠성 닝더와 칭하이성 공장에 이어 장쑤성 리양에 연간 10GWh 생산을 목표로 하는 공장을 착공했으며, 2018년에는 독일 에르푸르트에 연간 14GWh 생산량을 갖춘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공격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CATL은 세계 유수 기업들과의 기술력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었다. 2014년만해도 상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CATL은 2017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강자 파나소닉을 꺾고 처음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하는 '배터리 공룡'으로 거듭났다.

CATL의 심상치 않은 성장세에 주목한 김명환 LG화학 사장 또한 2018년 한 포럼 회장에서 향후 가장 강력한 전기차 배터리 경쟁사로 중국 CATL을 지목했다. 김 사장은 "CATL이 삼성SDI나 일본 파나소닉보다 가장 위협적인 경쟁사가 될 것"이라며 "아직 CATL의 기술이 우리 기업에 뒤쳐지고 자동차 분야 경험도 부족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잇따른 배터리 공급 계약…향후 투자도 거침없다

당시 김 사장의 예언은 고스란히 적중했다. CATL은 2018년을 기점으로 폭스바겐, BMW, 볼보 등 40개가 넘는 완성차 업체들과 잇따라 손을 잡으며 중국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특히 BMW는 10년간 삼성SDI간 독점 공급 체제를 이어온 기업이라 국내 배터리업계의 충격은 더 컸다.

일본 시장 공략도 활발히 진행됐다. 닛산은 2018년 중국에서 판매하는 보급형 전기차에 CATL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했으며, 도요타는 CATL로부터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받고 양 사가 배터리 품질 향상에 협업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혼다 역시 CATL과 배터리 공동개발 협약,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 등을 맺었으며, 지난해에는 CATL의 지분 1%를 인수하며 동맹 관계를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테슬라와 손을 잡았다. CATL은 테슬라의 '모델3'에 탑재될 배터리를 2년간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테슬라와 함께 100만 마일(약 160만km)의 주행수명을 자랑하는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사진=CATL]

최근 배터리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폭스바겐의 발표도 CATL이 국내 배터리3사의 자리를 더욱 위협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6일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비중을 8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간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해오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게는 위기인 반면, 각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CATL에게는 호재로 다가오는 소식이다.

앞으로의 투자 행보 역시 공격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CATL은 6~7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중국 내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총 230GHw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CATL은 발표 두달 만에 5조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한번 더 공시했다.

또한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CATL은 니켈·코발트가 들어가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고가의 금속인 니켈·코발트를 사용하지 않게 되면 생산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용이하다. 만약 CATL의 계획이 현실화되면 니켈·코발트·망간 소재의 NCM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3사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관해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은 저가 전략으로 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술력 또한 매우 빠른 속도로 향상시키고 있다"며 "다만 국내 배터리3사의 기술력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고,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배터리도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국내 배터리업계의 반격도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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