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정의선, '군대식' 기업문화 어떻게 바꿨나...미래 모빌리티 '가속도' 기반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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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정의선, '군대식' 기업문화 어떻게 바꿨나...미래 모빌리티 '가속도' 기반 구축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3.12 0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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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수석 부회장 이후 사실상 총수 역할...완전 자율복장제 등 '속전속결' 기업문화 혁신
- 정의선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 추진"

'군대식 문화'로 알려졌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수평적 기업문화'로 바뀐 것은 드라마틱했다. 그 중심에는 정의선 회장이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총수였던 시기의 현대차와는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에 오른 후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왔다. 그는 그해 임원인사를 통해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후 다음 해 '속전속결' 기업문화 혁신에 나서 현대차를 탈바꿈시켰다. 

완전 자율복장제, 타운홀 미팅 등은 기업문화 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기업문화 혁신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의 기폭제 역할로 이어졌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5월이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공식 총수(동일인)로 인정받게 된다. 이제 완전히 '홀로서기'인 셈이다. 정 회장이 그리는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관심이 모아진다. 

◆ 그날 

현대차, 완전 자율복장제 전격 도입...임원 직급 체제 등 잇단 변화 '수평적 기업문화'

2019년 3월. 현대차그룹은 완전 자율복장제를 전격 도입했다. 직원들이 어두운 색상의 양복 정장과 넥타이에서 해방된 것이다. 

구두와 정장 차림에 얽매여 있던 임직원들이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현대차가 스타트업 등 IT업체들과 협업을 강화하며 조직 체계를 유연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자율복장제는 자연스런 일이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이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직원들과 셀카를 찍는 장면

하지만 정의선 회장의 비전과 리더십이 없었다면 수평적 기업문화로의 혁신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백적이다. 과거 정주영-정몽구 시대의 경직된 상명하달 수직 문화가 순식간에 바뀐 것은 정의선 회장을 빼고 설명하기 힘들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2019년 2월, 현대차 신임 과장세미나 과정에 ‘넥소 자율주행차’ 시승 영상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당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빠듯해 이렇게라도 얘기하게 됐다"며 "(차안에) 카메라가 정말 많네요. 긴장되지만 최대한 솔직하고 편안하게 해보겠다"고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정 회장의 수평적 소통방식은 현대차 기업문화 혁신의 서막이었다. 정 회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오픈이노베이션과 융합형 인재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정 회장은 2019년 시무식에서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존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기업문화 혁신을 강조했다. 

'정의선 체제'는 2018년 9월 시작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을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게 됐다. 이후 당시 정몽구 회장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룹 경영권을 아들에게 일임했다.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는 완전히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

◆ 그후 

정의선 “스타트업처럼 더욱 자유로워지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문화로 변모할 것"

정 회장은 유연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며 ‘군대식’이라 불리던 현대차그룹 이미지를 하나씩 바꿔나갔다.

정 회장은 2019년 5월 칼라일그룹 초청 대담 자리에서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는 스타트업처럼 더욱 자유로워지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문화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이 칼라일 초청 대담에 참석한 장면

현대차·기아는 물론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도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하루 8시간만 근무하면 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필수 근무시간만 맞추면 출퇴근 시간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은 직원들과 ‘셀카’도 찍으며 직접 소통하는 파격 행보도 가졌다. 정 회장은 2019년 10월,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직원 1200명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과거 5~10년간 그룹이 정체됐다"며 "트렌드를 바꾸기 위해 변화하는 것은 좀 부족했다. 좀더 과감한 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임원 관련 체계도 과감히 바꿨다. 통상 연말에 시행하던 정기 임원인사를 연중 수시 인사 체제로 변경했다. 기존 '이사대우-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 6단계의 임원 직급제도는 ‘상무-전무-부사장-사장’ 4단계로 단순화했다. 

직원 직급체제계도 바꿨다.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5단계였던 일반직은 매니저-책임매니저 2단계로 호칭을 변경했다.

정기 공개채용 제도를 수시채용으로 변경했다. 각 부문별로 필요한 인재는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

강성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현대차 노동조합도 변화의 물결에 합류했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임금 동결로 협상을 조기에 끝냈다. 파업 없이 대화로 해결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노조의 위기감도 컸지만, 노사문화가 유연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의 기업문화 혁신 노력과도 일맥상통한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반토막 났던 주가를 단숨에 회복했다. '정의선 효과'라는 평가다. 정 회장은 지난해 삼성, SK, LG 등 4대 그룹 총수와 배터리 회동을 가지면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렸다.

◆ 그리고, 앞으로

정의선, 5월 공정위 동일인(총수) 지정...기업문화 바탕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박차

기업문화 혁신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에 힘이 실리게 됐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0월, 수석 부회장에서 회장직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정의선 회장이 해외 행사에서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경영 철학을 설명하는 모습

정의선 회장이 '3세 경영' 총수로 '홀로서기'에 본격 나선 것이다. 정 회장은 수석 부회장 때부터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왔지만 공식적으로 현대차그룹의 1인자가 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일인(총수) 지정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오는 5월 초, 동일인 지정을 발표한다. 

공정위가 현대차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현대차그룹은 21년만에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공식적인 총수가 교체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2000년 9월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후 2001년 5월 총수에 올랐다. 정 명예회장은 3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며 그룹 내 모든 경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현재 정의선 회장으로의 지분승계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현대차(2.62%), 기아(1.74%), 현대글로비스(23.29%), 현대모비스(0.32%), 현대위아(1.95%), 이노션(2.00%), 현대오토에버(9.57%) 등이다.

정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특수관계인, 총수 일가 사익편취 제재 대상 등도 바뀔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와 이들이 지분을 50%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동일인 지정이 되면 현대차는 정의선 시대로 전환된다"며 "주요 그룹이 최근 4050세대 젊은 총수로 전환하면서 수평적 기업문화, ESG 경영 등이 확산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정 회장은 기업문화 혁신에 이어 글로벌 기업들과 모빌리티 부문 협업에 나서고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 모색에 나서고 있다. 정 회장의 '홀로서기' 원년이 어떻게 그려질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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