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TV 업계 위기 속에서 'OLED' 강조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뚝심'으로 성과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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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TV 업계 위기 속에서 'OLED' 강조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뚝심'으로 성과 입증
  • 장경윤 기자
  • 승인 2021.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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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LCD 사업 악화로 위기 겪던 상황에서 대표이사로 등판
- LG디스플레이가 미래 핵심 사업으로 키워온 OLED 사업 강화…LCD 사업 구조개편 통해 과감히 정리
- 지난해 3분기 OLED 패널 출하량 증가와 TV 등 가전 수요 증가로 흑자 전환 성공…올해 전망 역시 밝아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20년 3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날 정 사장은 주주 서한에서 가장 먼저 'OLED' 사업을 거론했다. OLED 중심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주력 사업이었던 LCD의 수익성 악화로 오랜 기간 실적 부진을 겪어온 상황이었다.

이에 2년 연속 대규모 희망퇴직과 임원 감축을 실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세가 본격화됐다. 대내외적으로 여러 불안 요소가 산적해 있던 상황에서도 정 사장은 오로지 OLED의 성장성에 '올인'하는 전략을 펼쳤다. 

정 사장의 이러한 뚝심은 머지 않아 구체적인 성과로 드러났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 수익성 개선으로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물론 향후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OLED 집중 전략이 결국 옳았음을 증명한 정 사장의 앞에는 이제 안전 대책, OLED 시장에서 치고 올라오는 중국 기업들과 같은 과제가 펼쳐져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 그날

위기 속에서 OLED 경쟁력 강화 외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20일 경기도 파주사업장 러닝센터에서 열린 제 35기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9년 9월 사의를 표명한 한상범 부회장의 뒤를 이을 후임으로 지목된 지 4개월 만이다.

정 사장은 LCD에서 OLED로의 사업구조 전환에 힘을 쏟았던 한 부회장의 의지를 고스란히 계승했다. 정 사장은 주주 서한을 통해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과 산업 내 치열한 경쟁상황 속에서도 OLED 중심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점 추진 과제는 지속 추진할 것”이라는 경영 방향을 밝혔다.

정 사장의 발언에는 OLED 성장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OLED를 기필코 핵심 사업으로 키워내고야 말겠다는 절박함이 동시에 담겨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주력 사업으로 삼아온 LCD 패널 업황의 악화로 헤어나오기 힘든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있었다.

LCD 패널 가격은 2010년대 중반까지 LCD TV의 인기 속에 고공행진을 지속했으나, BOE, HKC, CSOT, 폭스콘 등 후발 중국업체들이 일제히 LCD 패널 양산에 들어가며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7년 하반기만 해도 200달러 수준이었던 32~65인치 LCD 패널의 평균 가격은 2018년 1월 161달러까지 주저앉았다.

2018년 기준 LG디스플레이의 매출액에서 LCD 사업의 비중은 약 90%로, 이 중 TV용 패널 매출 비중은 43%를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LCD에 대한 의존도가 컸었던 LG디스플레이에게 LCD 패널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은 치명적인 여파로 다가왔다. 2017년 2조461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8년 929억원으로, 2019년에는 -1조3594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극심한 경영난에 LG디스플레이는 결국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2018년 10월과 2019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바로 다음달에는 전체 임원과 임원 담당 조직을 25% 가량 감축했다. 2017년말 3만3222명에 달했던 LG디스플레이 직원 수는 2019년 말까지 6590명(19.8%) 줄어 2만6632명이 됐다.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전세계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OLED 업황이 호황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도 다소 조심스러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 사장은 LCD 사업을 서둘러 정리하는 동시에 LG디스플레이가 미래 사업으로서 지속적으로 강화해 온 OLED 사업에 더욱 힘을 싣기로 했다. 정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를 당시 OLED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정 사장은 1년 뒤 이 비중이 4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 그후

OLED 늘리고 LCD 줄이고…중요한 건 시간과 효율

정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가장 먼저 맞이한 과제는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OLED 공장의 본격 가동화였다.

지난 2013년부터 파주 공장에서 세계 최초로 대형 OLED 패널 양산을 시작한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에 월 6만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OLED 공장을 추가로 설립한 바 있다. 완공 시기는 2019년 8월이었다.

정 사장은 본래 2019년 하반기부터 해당 공장에서 OLED 패널을 양산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내 기술의 중국 유출 우려 등으로 일정이 밀려 목표 시기를 2020년 1분기로 미뤘으며, 이마저도 수율 문제 및 코로나19의 여파로 가동 정상화에 차질을 빚었다.

당시 LG디스플레이가 3월 내 OLED 패널 공급을 약속한 회사는 최소 3군데로 알려졌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정 사장은 3월 26일 중국 광저우로 전세기를 띄웠다. 전세기 안에는 LG디스플레이어의 엔지니어와 연구원 등 290명이 탑승해 있었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대규모 인원을 해외에 급파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으나, 직원들은 모두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고 전세기에 몸을 실었다. 5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252명과 170명의 엔지니어를 추가로 투입했다. 정 사장이 광저우 OLED 가동 정상화에 얼마나 다급한 심정이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정 사장의 노력 덕분에 광저우 OLED 공장은 마침내 지난해 7월 본격적인 패널 양산에 들어갔다. 양산 출하식에 참석한 정 사장은 "양산에 이르기까지 예기치 않은 대내외 변수들이 많았지만 이를 극복한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다"며 "후발업체들과의 기술 격차 확대와 제품 차별화 등을 통해 대형 OLED 사업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광저우 OLED 공장은 고해상도의 48·55·65·77인치 등 8.5세대 대형 OLED 패널을 주력 제품으로 양산해나갔는데, 실제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7월 대형 OLED 패널 출하량은 37만3000대로 전월(26만4000대) 대비 40%, 전년 동기(24만7000대) 대비 50%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옴디아는 지난해 3분기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 출하량을 143만장 이상으로 추산했는데, 2분기 출하량인 65만2500대보다 2배 이상 많다.

파주·광저우의 '투트랙' 양산 체제로 늘어난 대형 OLED 패널 출하량은 전 세계적으로 회복세에 들어선 TV 수요가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TV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위축돼 있었으나, 바로 다음 분기부터는 억눌렸던 TV 수요가 폭발하는 '펜트업' 효과가 발생했다.

특히 OLED 프리미엄 TV의 주요 시장인 유럽과 북미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LG전자의 지난해 7~8월 OLED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 56% 상승한 13만대, 16만대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의 TV 패널 매출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정 사장이 거둔 성과는 매출로 살펴보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4조7242억원에서 2분기 5조3070억원, 3분기 6조7376억원, 4분기 7조4612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영업이익도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분기별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3619억원, 2분기 -5170억원, 3분기 1644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는 685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껑충 뛰어올라 업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4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TV 및 IT 제품 수요 강세와 대형 OLED 및 P-OLED 출하 증가가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TV에 사용되는 LCD 패널 양산은 중국 광저우 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장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양산 중인 LCD 제품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재편했다.

앞서 정 사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LCD TV 개발 조직을 통합해 관련 조직을 축소하는 대신 남은 인력을 대형 OLED 및 중소형 P-OLED 사업 분야로 배치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LCD TV 패널 가격이 오르고 전 세계적으로 재고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해, LCD TV 패널 생산을 최소 1년 늘리기로 했다.

◆ 그리고 앞으로

지난해 이어 올해 본격적인 성과 드러낼 전망…안전 대책 미흡, 중국 업체들 추격은 '고민'

"OLED를 최고의 TV로 자리잡게 만들어 안정적인 성장과 이익을 창출하는 핵심사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올해 초 정 사장이 LG디스플레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신년사에 담겨 있던 메시지다. OLED 사업 집중을 통해 1년간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냈던 정 사장은 한 해를 넘긴 뒤에도 변하지 않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정 사장은 지난달에도 베트남 북부 하이퐁시에 위치한 공장에 OLED 패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규모는 7억5000만달러(약 8385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 역시 정 사장이 이끄는 LG디스플레이와 OLED 사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광저우 OLED TV 라인이 풀가동하면서 OLED TV 패널 판매량은 787만대로 전년 대비 71.7% 증가할 전망"이라며 " OLED TV 사업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어 실적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DSCC는 "OLED 재료 시장 매출은 2019년 9억2700만 달러에서 2025년 25억 달러로 연간 18% 성장할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OLED TV 및 대형 제품 매출은 연평균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최근 2021년형 올레드 TV 라인업을 공개한 것도 기대 요소 중 하나다. LG전자는 역대 최고의 성능과 최대 모델 수를 앞세운 올레드 TV 라인업을 이달과 내달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정호영 사장

물론 회사의 성장만이 기업의 목표는 아니다. 정 사장은 지난 1월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사고로 2명의 직원들이 심정지 상태에 이르는 등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에 정 사장은 전 사업장 정밀 안전진단, 주요 위험작업의 내재화, 안전환경 전문인력 육성 및 협력사 지원강화, 안전조직의 권한과 역량 강화 등을 포함하는 '4대 안전관리 혁신 대책' 발표로 사고 수습에 나섰다. 정 사장은 "그 어떤 경영 성과도 결코 생명과 안전을 소홀히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나 계획을 담고 있지 못해 "실효성이 없고 말 뿐인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을 피해가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총 5건의 화학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또한 LCD 시장에서 주도권을 획득한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OLED 시장에도 발을 들일 것으로 보여 초격차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HKC는 오는 2022년부터 대형 OLED 패널 생산 라인 가동을 위해 320억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며, 중국 TV 제조업체 TCL의 자회사인 CSOT도 중카이 첨단기술산업단지에서 11세대 OLED 패널 생산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부터 OLED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점찍어 온 LG디스플레이는 정 사장의 지휘로 탄력을 받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국내는 물론 중국, 베트남 등에서 OLED 패널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경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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