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망신주기 호통' 국회 산재청문회,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 집중...'신사참배 의혹' 황당 질문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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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망신주기 호통' 국회 산재청문회, 최정우 포스코 회장에 집중...'신사참배 의혹' 황당 질문도 나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1.02.23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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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처음 임시국회 환노위 '산재 청문회', 사실이 아닌 사안으로 면박주기 논란
- 졸속 추진으로 현장조사 없이 진행...알맹이 없는 '맹탕' 보여주기식 청문회

임시국회로는 사상 최초로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는 알맹이 없는 '기업인 망신주기 호통'으로 끝났다. 

심지어 청문회 주제와 상관없고 사실과도 다른 신사참배 여부를 질문하는 황당한 사태도 벌어졌다. 기업 대표들은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원론적 대답에 그쳤다는 평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2일 진행된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엉뚱한 ‘신사참배’ 논란이 불거졌고 최정우 회장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일본의 한 오래된 건물 안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진을 근거로 제시하며 “도쿄에서 신사참배 가지 않았느냐.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라며 신사참배 의혹을 제기했다. 

최정우 회장은 억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저건 신사가 아니다”라며 “세계철강협회 총회에 갔다가 여유 시간에 도쿄타워 인근에 있는 절에 간 것”이라며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가는 곳”이라고 반박했다.

노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만든 포스코 회장이 신사참배 가서 머리를 조아린 게 잘한 것이냐”고 다시 공격했다.

최 회장은 “(사진) 상단에 보면 절 사(寺)자가 있다. 분명히 절이다. 신사가 아니다”라고 재차 반박했다.

일본의 사당(祠堂)인 신사는 ‘神社’로 표기한다. 노 의원이 사실과 다른 의혹으로 공격한 셈이다. 

최 회장이 ‘허리 지병’을 이유로 진단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가 철회한 것에 대해 여야는 일제히 비판했다. 최 회장이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사과했지만,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그게 회장님의 인성”이라고 비판했고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주로 보험사기꾼들이 내는 진단서”라고 공격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출처 = 국회TV]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출처 = 국회방송]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유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회사에서는 안전 최우선을 목표로 여러 가지 시설 투자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의원님들의 말씀을 듣고 경영에 반영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연신 사과했다.

이날 산재청문회에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외에도 우무현 GS건설 대표이사,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조셉 네이든쿠팡풀민먼트서비스(CFS) 대표이사,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CJ대한통운 신영수 택배부문 대표 등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국회 청문회에 호출된 기업 대표들은 바싹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여야 의원들은 “산재 예방에 관심이 없는 탓에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9명의 CEO들을 질타했고, 기업 대표들은 잇달아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CEO들은 충분한 발언 기회조차 얻지 못하면서 원래 목적인 ‘산재 예방의식 고취’와는 동떨어진 청문회였다고 '기업인 망신주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택배 기사들이 잇달아 과로사한 쿠팡도 의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를 발언대에 세우고 “쿠팡은 산재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아 산재 인정을 방해했다”고 비판하면서 “한국 기업 대표는 한국어도 하셔야 한다”라고 ‘훈수’를 뒀다.

이에 네이든 대표는 “우리는 정말로 끔찍하고 가슴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유족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사고 원인을 규정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다. 특히 (사고가 아닌) 질환의 경우 전문가의 결정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택배 기사의 산재 인정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이 아니라 의료 전문가의 소견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반박한 것이다.

여야 의원들의 공세에 대해 CEO들의 ‘항변’도 나왔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는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보면 불완전한 상태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서 잘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CEO가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더라도 작업환경과 작업자에 따라 불가피한 사고는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불완전한 상태는 우리가 투자를 해서 많이 바꿀 수 있지만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은 (바꾸기)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아마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가지 못할 것 같다”고 경고했다. 다른 의원들도 “산재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한다”고 맹비난했다. 결국 한 대표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비정형화된 작업이 많다는 걸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청문회는 여야의 질타와 기업대표들의 원론적인 답변이 반복됐다. 이는 청문회 전에 반드시 이뤄졌어야 할 국회차원의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졸속' 진행되면서 한계가 있었다. 결국 과거 국정감사처럼 정치권의 ‘기업인 면박주기’ 호통과 기업들의 ‘사과 읍소'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4월 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합동으로 보여주기식 청문회를 했다는 비판도 커진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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